'시간의 정원' 사헌부 터, 중추부 터, 교황 순교자 시복식 터도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새롭게 단장돼 시민들과 만난 '광화문광장'에는 새롭게 확인된 역사의 현장들이 있다.

광화문 앞 대로 양쪽으로, 조선 국정 최고 기관인 의정부(議政府)와 실무 행정 기관들인 육조(六曺)가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추가로,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위한 발굴조사를 통해, '사헌부' 터와 '중추부' 터가 새롭게 확인됐다.

조선시대 문무백관들을 감찰하던 기관인 사헌부(司憲府)의 옛 터가 이번에 발굴됐다.


광화문광장 한 구석에는 '시간의 정원'이 있다.

   
▲ 광화문광장 내 '시간의 정원'/사진=미디어펜 윤광원 기자


이 곳에는 사헌부 터의 배수로와 우물, 지층(地層) 등이 유리판에 덮여 보존되고 있다.

안내판에는 "시간의 정원은 역사적 유구(遺構)와 다양한 지층 흔적을 통해, 광장이 알고 보면 두께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표면'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한다"고 적혀 있다.

시민들은 그 곳을 돌며 옛 유적을 관찰하고, 앉아 쉬기도 한다.

그 옆에선 중추부(中樞府) 터도 발견됐다.

중추부는 원래 조선시대 초 군사 기밀을 관장하는 관청이었으나, 관제 변화에 따라 권한과 역할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과정을 거치다가, 15세기 중반부터 군사적 기능이 없어지고, 고위 관원을 우대하는 관청으로 변했다고 한다.

현직에서 물러난 고위 관료들을 우대하고, 이들이 국정에 참여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것.

또 그 옆, 광화문 바로 건너편에는 조선 초 군사 관련 업무를 관장했던 삼군부(三軍府)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추부 터 조금 안쪽에는, 다소 이질적인 안내판이 있다. '광화문 124위 시복 터'다.

이 곳은 지난 2014년 8월 16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에 의한 순교자 124명에 대한 시복(諡福)이 거행된 곳이다.

시복이란, 교회가 공식적으로 공경할 인물인 복자(福者)를 선포하는 것이고, 복자들을 성인(聖人)으로 선포하는 것이 시성(諡聖)이다.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했던 '형조' 터, '좌·우 포도청' 터, '의금부' 터, '전옥서' 터 등 여러 관청 터가 있는데, 이 곳에서 역사적인 시복식이 이뤄짐으로써, 순교자들에 대한 박해와 몰이해의 장소에서 '화해와 축복의 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런 의미를 되새겨, 2015년 8월 23일 광화문 시복 터에 기념 바닥돌을 설치하고, 당시 교구장이던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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