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P 인상시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16만1000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강도 금리인상 기조를 밝히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 따라 금리 인상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 인상기가 지속되면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부담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최고금리는 6%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점진적인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3.0%에 이를 경우 대출금리 상단은 7%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에선 연준이 다음 달 3회 연속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당분간 큰 폭의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며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임이자 경제의 기반 역할을 한다.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초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기준금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인상하기 시작했지만, 연준보다 일찍 인상 기조를 끝낼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한국의 통화정책은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이 크고, 유가가 언제 다시 상승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4∼5%)을 보이는 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인상하며 앞으로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상 기조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지난달 회의에서 제시했던 바와 같이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가 아직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현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한미간 금리역전폭이 커지면서 한은이 연말까지 남은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연준이 다음 달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 기준금리(연 3.00~3.25%) 상단은 한국(연 2.50%)보다 0.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환율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도 인상되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2000억원 증가한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6만1000원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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