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20조 육박…증권사들 이자율 인상 나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개미)에게 주식매수 자금으로 빌려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용융자거래에 대한 이자율 역시 빠르게 치솟고 있어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이른바 ‘빚투’ 개미들의 부담과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개미)에게 주식매수 자금으로 빌려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당초 예상보다 강하게 매파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에도 충격파를 던졌다.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75bp 인상) 가능성이 급증했다는 판단과 함께 나스닥 지수는 무려 3.94% 하락하며 지난 주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도 각각 3.03%, 3.37% 급락했다.

이후 이날 개장된 국내 증시 역시 코스피가 전일 대비 약 2.3% 하락한 2420선에서, 코스닥은 약 2.8% 급락한 78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날은 원‧달러 환율 역시 무려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50원을 돌파하며 증시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하락 전까지 국내 증시가 잠깐 반등하는 사이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족’이 다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신용거래융자잔고 현황은 19조305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6월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17조원대로 내려갔던 신용거래융자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일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융자 기간에 따라 0.4∼0.5%포인트p 인상한다. 지난 4월 18일 이자율을 0.9%∼1.7%포인트씩 올린 지 넉 달여 만에 다시 고삐를 조인 것이다.

이밖에 KB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등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이미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다. 몇 달 전에 한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금리인상 속도가 워낙 빠르게 때문에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기 직전 수준과 비슷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대규모 반대매매가 이뤄질 경우 안 그래도 불안정한 국내 증시 상황이 더 심하게 주저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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