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제외 내수판매 부진…해외는 5사 모두 증가
반도체 수급난 속 시장 수요에 따른 생산전략 불가피
해외변수 관리 절실, 규제변화 따른 민첩한 시장 대응 필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 8월 내수 판매는 다소 저조했지만, 수출이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판매채널의 다변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환경규제 강화로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규제에 민첩한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은 필요해 보인다.

지난 1일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발표한 8월 내수 판매량은 총 1만509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

쌍용차가 신차 토레스 효과로 크게 늘고 기아가 소폭 증가한 반면, 나머지 3개사의 내수 판매는 줄었다. 해외판매(수출 및 해외 현지생산판매)의 경우 5개사 모두 크게 증가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현대차의 경우 8월 국내 시장에서 4만9224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3.5% 감소했다. 반면 해외 판매는 14.7% 증가한 28만5570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실적은 33만4794대로 11.6% 늘었다.

기아는 국내 판매가 1% 증가한 4만1404대, 해외 판매가 12.6% 증가한 19만8483대로 증가율 차이가 컸다. 전체 판매는 23만9887대로 10.4% 늘었다.

기아 관계자는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은 국내 판매가 3590대로 전년 동월 대비 24.3%나 감소했으나 수출은 1만4168대로 23.1% 늘었다. 전체 판매는 1만8208대로 9.6% 증가했다. 

주력 모델들의 국내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및 형제차 뷰익 앙코르의 북미 수출이 늘면서 수출 위주의 생산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판매는 14.2% 감소한 3950대였던 반면 수출은 무려 80.9% 증가한 7672대였다. 전체 판매는 31.4% 증가한 1만1622대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의 판매 증가를 이끈 것은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 수출물량으로 8월 5968대가 선적됐다.

쌍용차를 제외한 완성차 업체들이 수출물량이 늘어나며 판매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하정된 시장인 내수시장에서 경쟁과열을 피하고 판매망의 다변화를 도모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상황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유연하게 분배를 잘 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런 해외판매 실적은 외부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판매시장의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최근 강화된 환경규제와 대내외 정세변화로 인해 주요시장의 정책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디젤을 중심으로 재편되던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디젤차량을 통해 호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디젤게이트가 발생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동안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모델을 교체투입 했고, 3~4년 전부터 원상태로 돌아갔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자동차 최대시장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해주지 않는 규제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는 향후 전기차 판매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앞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 공장 자체가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그만큼의 실적이 줄었다. 이렇듯 시장에 변수가 지속되고 있어 꾸준한 모니터링 작업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권역별로 시장을 나눠 관리하고 있지만, 아직 정착화가 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 밖에도 해외물량을 배정받아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곳들 역시 본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꾸준하고 공급 안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생산기지는 글로벌 입장에서 노조리스크가 큰 만큼 본사와의 소통을 이어가는 것과 동시에 불신을 줄여나갈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한 노사협력관계 유지도 중요한 관리항목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꾸준한 수출 물량이 확보가 되면 좀 더 양호한 실적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과 달리 쌍용차는 국내 판매와 수출이 모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판매는 42.4% 증가한 6923대였으며, 수출은 30.5% 증가한 3752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는 1만675대로 38.0% 늘었다.

국내 판매는 출고 두 달째를 맞는 신차 토레스가 이끌었다. 8월 3637대가 팔리며 쌍용차 전체 국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출은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2~3개월치 이월 주문이 쌓이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 수요가 많은 쪽으로 생산계획을 짜는 게 불가피하다"며 "이와 더불어 시장 수요와 규제변화에 대응이 더 민첩해져야 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