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산 합의 이뤄진 것" vs "전용회선 공짜 사용 안 돼"…관련 법안 6개 계류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유럽과 미국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법 제정이 논의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항소심이 벌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통신사(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법안 6개가 발의된 상황으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망 이용대가 논란과 입법적 개선방안 검토'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국회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차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이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내는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사업자들이 통신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 측은 ISP가 소비자에게 요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CP에게도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시애틀 인터넷 교환지점(SIX) 연결부터 SK브로드밴드가 자사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에 대해 상호 무정산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펼치고 잇다. SIX에서 콘텐츠를 전송할 때 이뤄진 묵시적인 무상 합의가 2018년 도쿄와 홍콩에서도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SIX에서는 연결에 대한 별도의 합의 없이 퍼블릭 피어링 관계에 있었으나, 일본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를 통해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한 이후에는 넷플릭스 전용회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용료를 내는 것이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SIX에 참여 중인 사업자 400여 곳이 AT&T와 프라이빗 피어링을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용회선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한 별도의 계약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트랜짓 계약을 체결한 다른 ISP의 망을 경유해 트래픽을 소통하는 것에 대한 대가 요구가 아니라 SK브로드밴드의 망에 직접 접속하는 경우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넷플릭스 뿐 아니라 SIX에 연결된 사업자 중 누구에게도 무상으로 망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사업 초기 넷플릭스가 보내는 트래픽이 소량이었기 때문에 사전 합의 또는 동의 없이 선별 차단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게 프라이빗 피어링을 제안했을 때 망 연동 및 증설 관련 기술적 논의가 이뤄졌지만, 망 이용대가 등 사업적인 논의는 유보됐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해외에서도 이같은 이슈가 불거진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트래픽 급증을 꼽고 있다. 이용자와 접속 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가 단행돼야 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법으로 재단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방치하면 결국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통신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분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