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완화에도 수익성 악화 추세 이어질 가능성…투자 신중 필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국내 증시에서 올 들어 부진했던 은행주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를 예상보다 빨리 해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출 규제 완화에도 여전히 수익성 악화 추세는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5일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할 추석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5일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1% 오른 4만8100원으로 장을 끝마쳤다. 장 초반에는 3.29% 상승하며 4만87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 신한지주(0.43%), 하나금융(0.93%), 우리금융(1.31%) 등 4대 금융지주도 모두 전날보다 상승 마감했다.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국내 9개 은행주로 구성된 KRX은행지수 역시 전거래일 대비 4.07포인트(0.69%) 상승한 596.94로 거래를 마감했다. KRX은행지수가 상승 마감한 건 지난달 31일(621.71) 이후 3거래일만이다. 

이날 장중 2400선이 무너진 코스피가 장 막판 낙폭을 축소, 전 거래일 대비 5.73포인트(0.24%) 내린 2403.68로 마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주의 약진은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5일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 규제 해제 조치는) 계속 그렇게 갈 수 없으니 한번은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주들은 올해 들어 약세 흐름을 이어 왔다. 지난 6월부터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이 시작됐음에도 KB금융을 비롯한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은행주는 금리인상기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확대로 예대마진이 증가하고 이는 순이자마진(NIM) 등 은행의 수익성 지표 개선으로 이어진다.

국내 은행주가 금리인상의 수혜를 받지 못한 건 금융 당국의 금융권 규제 강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하자 금융 당국은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나선 바 있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말 910조원이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에는 905조원까지 떨어졌다. 은행의 주 수익원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 금융당굮의 15억원 대출 규제 완화 조치는 일단 은행주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대출 규제 완화에도 여전히 수익성 악화 추세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까지 ‘대출 총량’을 가지고 은행을 압박했었다면, 이제는 ‘대출 금리’까지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금융당국은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시행했고,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는 은행 입장에서는 예대마진 감소로 수익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향후 실적 전망에 기초하는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리 인상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나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은행 업종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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