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문제 해결 위한 당국간 회담 제안 담화 발표
“가족 갈라놓은 아픈 현실 남북이 솔직하게 대면해야”
“회담 일자·장소·의제ㅍ형식 등 북측 희망 적극 고려”
담화 발표 뒤 남북연락사무소 통신선으로 전통문 발송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8일 담화를 내고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간 당국회담을 제안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정부 차원의 대북 회담 제안은 이번이 처음으로 통일부 장관이 직접 나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제기해 주목된다. 특히 권 장관은 이번에 추석 계기 일회성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을 강구하자고 제안했다.

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오늘 정부는 남북 당국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한다”면서 “정부는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기울여나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이다.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올해 추석에도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쓸쓸한 명절을 보내실 것이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체제와 이념의 차이가 가족을 갈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부모와 형제의 생사조차 모른 채 70년이 흘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달에만 이산가족 400여분이 세상을 떠난다. 남아계신 4만여분도 80~90대의 고령이다. 남북 당국이 아픈 현실을 솔직하게 대면해야 하고,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이번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권 장관은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북한 당국이 우리의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나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국민들께서도 정부의 노력을 성원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대북제의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9.8./사진=연합뉴스

권 장관은 담화 발표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지금과 같은 교착 국면에서 이산가족 의제를 먼저 제안한 이유’에 대해 “추석 계기 가장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했고, 남북관계에 있어서 선후관계가 따로 있지 않으며, 어떤 의미에서 이산가족 제의를 통해 다른 남북 문제가 같이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방역 상황 등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는 “저희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권 장관은 “이번 이산가족 문제 해결 제안은 ‘담대한 구상’과 병행되는 문제라면서 두 가지 문제를 계속 병행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일회성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정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권 장관은 관련 질문에 “(남북 간 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산가족 의제로 시작해서 다른 의제로 대화가 확장되기를 절대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이산가족 관련 대화가 성사돼서 그 계기에 다른 인도적 문제 요청이 있다면 정부의 기존 입장은 인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군사 상황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지원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 당국회담 제안과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의 전통문을 북한의 리선권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을 통해 전달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다만 북한은 지난 5월에도 우리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제안 내용을 담은 전통문을 수령하지 않은 채 무응답으로 일관한 바 있어 이날에도 전통문을 최종 수신하고 호응에 나설지 미지수이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8월 말 현재 기준으로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는 모두 13만3654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9만명 가까이 세상을 떠나 현재 생존자는 4만3746명이다. 이들의 현재 평균연령은 82.4세이며, 신청자 중 가족을 만난 상봉자는 2.28% 수준에 불과하다.

이산가족상봉 대면 행사는 2018년 8월 이후 중단된 상태로 2018년 8월까지 총 21차례 이뤄졌다. 화상상봉까지 더하면 그동안 28차례 이산가족상봉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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