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활용 징용 배상 결론, 정부 직접 관여 모양새만 피하기?
결국 한국에서 해결안 제시 수순, 일본기업 참여 및 사과 주목
한미일 안보협력에 적극 나선 윤석열정부 대일 외교력 시험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정부간 협의가 이뤄지면서 ‘징용 해법’을 담은 정부안 도출 수순에 접어들었다. 외교부는 지난 7월부터 2개월여 운영한 민관협의회를 종료하고, 그동안 피해자측 및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의견을 토대로 막바지 협의를 벌일 전망이다.

그동안 4차례 열린 민관협의회 결과 정부는 정부예산을 들인 대위변제 방안은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교부는 “징용 배상 방안을 대위변제에 국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밝힌 민관협에서 제시된 피해자측 주장은 ▲일본 기업의 배상 및 사죄 ▲원고·피고간 직접 협상 ▲정부예산으로 대위변제 불가이다.

정부 돈으로 대위변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피해자측뿐 아니라 민관협의회 참석자들이 동의한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재단을 신설하거나 또는 기존 재단을 통해 한국기업 또는 일본의 전범기업 및 다른 기업들의 기금을 모아 배상하는 방안이 다시 떠올랐다.
 
관건은 일본 기업이 과연 기금 마련에 참여할지, 또 일본측의 진정어린 사과가 있을지 여부이다. 그동안 일본은 이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우리정부가 지금까지 어떤 명분으로 일본측을 설득해오고 있고, 또 일본 태도에 변화가 있는지 먼저 주목된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광주 광산구 우산동 자택을 방문해 악수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만나 외교적 해법 마련을 약속했다. 2022.9.2./사진=연합뉴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미 한일 양국 정부간 국장급, 고위급 등 각급 채널을 통해서 이 사안을 협의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이 협의에 임하는 만큼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임 대변인은 또 “지금까지 저희가 받은 느낌은 일본측도 이 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한일 간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협의는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배상 해법은 우리정부가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언론은 이르면 다음달 한국의 정부안이 일본측에 제시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에 대한 최종 판결을 미뤄놓고 있지만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결국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주체와 실제로 그 돈을 누가 낼지 결정하는 것이 정부안의 골자이지만 한일 간 협의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리는 소식은 없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일본측의 ‘진정한 호응’ 조치를 강조해왔지만 ‘호응’이란 말 그대로 일본측이 판단할 문제로 현재로선 일본이 배상과 사과를 모두 할지, 아니면 사과라도 할지 가늠할 수 없다. 

만약 정부가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 재단을 이용하기로 한 선택을 한 것이 결국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모양새만 피하기로 한 것이라면 일본측의 ‘사과’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 동의없이 공탁하는 방법이나 일본기업의 채무를 떠안는 병존적 채무인수 등을 검토했다는 전언도 있어 대위변제란 모양새만 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이 끝까지 한국인에 대한 강제징용에 책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입장으로 일관할 경우 ‘진정어린 사과’는 기대할 수 없어보인다. 한일 정부 양측은 모두 이번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한미일 안보협력에까지 나선 윤석열정부가 과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외교력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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