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이번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체 경기 일정이 연기됐다.

70년간 재위해온 영국 현대사의 상징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8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은 애도 분위기에 빠졌고, EPL 사무국은 주말 예정됐던 2022-2023 리그 7라운드 경기를 모두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추석 연휴를 맞아 EPL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의 경기를 기다려온 축구팬들에게는 아쉬운 연기 결정이다.

당초 손흥민의 토트넘은 11일 새벽 1시30분(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시티와 7라운드 경기를 갖기로 되어 있었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은 이보다 앞서 10일 밤 11시부터 리버풀과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 6라운드 풀럼전에서 손흥민의 드리블 모습. /사진=토트넘 홋스퍼 홈페이지


이번 EPL 연기 결정이 미치는 영향은 각 팀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토트넘과 손흥민에게는 한 템포 쉬며 한숨 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 연기 결정이 내심 가장 반가웠을 사람은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일 것이다. 콘테 감독은 토트넘의 살인적인 경기 일정에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실제 토트넘은 지난달 29일(월) 노팅엄과 리그 4라운드를 시작으로 주말과 주중에 꼬박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9월 1일(목) 웨스트햄과 5라운드, 3일(토) 풀럼과 6라운드, 8일(목) 마르세유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그리고 11일(일) 맨시티전을 치르게 됐다면 또 14일(수) 스포르팅과 챔피언스리그 2차전, 18일(일) 레스터시티와 리그 8라운드가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3주(21일) 동안 7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콘테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정말 믿을 수 없다. 미쳤다. 이런 일정은 내 경력에서도 처음 보는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토트넘이 리그 경기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데다 이번 시즌에는 11월부터 12월까지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한 리그 중단 기간도 있어 일정이 매우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이런 점을 대비해 토트넘은 프리시즌 선수 영입을 통한 스쿼드 보강을 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개막 초반부터 순위 다툼이 치열한데다, 한 경기도 소홀할 수 없는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되면서 쉽게 로테이션을 가동하기 힘든 상황이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팀의 핵심 주전들은 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강행군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맨시티와 7라운드 경기가 여왕 서거로 연기된 것은 토트넘 입장에서는 절묘한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맨시티 역시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하고 있어 같은 조건이지만 콘테 감독은 맨시티가 7일(수) 세비야와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치러 토트넘과 맞대결을 앞두고 하루 더 휴식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조차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토트넘은 맨시티전 연기로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하고 팀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이번 시즌 맨시티와 토트넘은 나란히 4승 2무(승점 14)로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골득실에 의해 맨시티가 2위, 토트넘이 3위에 올라 있다. 현시점에서 맞붙었다면 치열한 총력전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손흥민도 숨을 고를 시간을 확보한 것이 나쁘지는 않다. 개막 후 챔피언스리그 포함 7경기를 치르면서 손흥민은 아직 첫 골 신고를 못하고 있다. 부진하기도 했고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EPL 득점왕 손흥민에 대한 팬들읙 기대감은 커졌는데, 골로 응답을 못하면서 조바심이 커지고 있었다.

계속 선발 출전하면서도 골을 못넣는 손흥민을 맨시티전에서는 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던 시점에서 경기 연기가 됐다. 손흥민은 마음을 추스리고 골 사냥에 나설 준비를 할 시간을 벌었다. 18일 레스터전 후에는 9월 A매치 기간이다. 한국에서 대표팀 평가전 2연전에 나서야 하는 손흥민에게는 더욱 필요한 휴식이기도 하다.

황희찬의 경우에는 선발 출전 기회가 뜸해지며 주전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기 연기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등 클럽대항전에 못 나가는 울버햄튼은 리그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경기라도 더 뛸 기회가 필요한 황희찬으로서는 오히려 빡빡한 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울버햄튼은 10일 리버풀전이 연기됨에 따라 A매치 기간 이전 17일(토) 맨시티전 한 경기만 남겨두게 됐다. 지난 3일 사우샘프턴과 6라운드 이후 2주만에 경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과 황희찬은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에 개인적으로 SNS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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