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국책은행 우량거래처 민간 이관 추진…"관치금융 재연"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책은행의 우량거래처를 민간 시중은행에 넘긴다는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금융노조가 당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13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금융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은행에게 우량거래처는 심장과 같다. 배 갈라 꺼내면 조직은 고사한다"며 "국책은행의 본령인 정책금융은 막대한 세금으로 집행되다가 부실로 최소화되거나 결국 소멸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 금융위원회가 국책은행의 우량거래처를 민간 시중은행에 넘긴다는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금융노조가 당국을 규탄하고 나섰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시중은행은 외국인이 금융지주회사 지분의 60~70%를 보유하고 있다. 이익 대부분은 배당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다"며 "이관될 두 곳도 금융위원회가 알아서 고른다니, 구려도 너무 구리고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8일 SBS의 '국책은행 알짜 거래처들 시중은행에 넘겨라'라는 제하의 보도에 따라 마련됐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가 작성한 '우량 기업 여신의 시중은행 이관 프로세스 확립'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은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들을 민간 은행에 넘기도록 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거래처 중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외에도 건실한 중견기업 등 알짜 회사들을 골라내어 대출 계약 내용을 특정 시중은행에 제공하는 게 골자다. 정보를 넘겨받을 은행들은 기존 계약 조건을 들여다 본 후 해당 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대출을 따올 수 있다. 더불어 당국은 매년 평가를 거쳐 은행 2곳에만 관련 정보를 넘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이 대기업을 포함한 우수 기업에 대출할 필요가 없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이번 우량자산 이관 음모는 금융위가 얼마나 반금융적이고 친권력적이며 비윤리적인지 보여준다"며 "거래처를 빼앗기는 국책은행은 물론 거래처를 받아안은 민간은행까지 금융위 밑에 굴종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민간은행까지 금융위의 장악력을 높여 결국 금융관료들이 수장의 자리를 나눠 먹고 지배하는 관치금융시대가 머지 않았다"며 "각종 위기에서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시장안정판' 역할을 굳건히 수행하는 금융을 고사시키면 국민의 희망도 함께 죽는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금융노조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새출발기금 및 민생안정 계획 △금융규제 혁신 추진방향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언급하며, 금융정책이 대부분 조악하고 단선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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