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타석에 서면, 펜스가 유난히 가깝게 느껴졌던 선수들이 있다. 힘있고 임팩 강한 스윙에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타구는 어느새 담장 위로 까맣게 날아간다. 이른바 '거포'들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리그 40주년을 기념해 KBO리그 역대 레전드 40명을 선정해 매주 4명씩 공개하고 있다. 13일 발표된 레전드는 대표적인 우타자 거포 4인방이다. '연습생 신화' 장종훈, '두목곰' 김동주, '헤라클레스' 심정수, 최고의 '외국인 거포' 타이론 우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단 한 방으로 경기의 승패를 바꿔놓았던 '야구의 꽃' 홈런을 단번에 떠오르게 한다. 모두 리그를 대표했던 강타자이자 우타자로서 빛나는 기록과 뜨거운 감동의 순간을 남겼다.

KBO 리그의 원조 '연습생 신화'로 꼽히는 장종훈의 프로 출발은 레전드와 거리가 멀었다. 연습생(현 육성선수) 신분으로 빙그레(한화 전신)에 입단했지만 악착 같은 노력으로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1987시즌 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타자의 자질을 내비친 장종훈은 1군에서 맞은 두번째 시즌인 1988시즌 12홈런을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거포 본색을 드러냈다. 이후 2002시즌까지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KBO 리그 최초 한 시즌 40홈런, 통산 300홈런 등 굵직한 기록들을 남겼다.

특히, 1990시즌부터 1992시즌까지는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해당 기간 빛나는 활약으로 KBO 리그 타자 최초로 2년 연속(91, 92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더 나아가 당시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단일 시즌 30홈런-100타점과 100득점-100타점, 통산 1,000득점-1,000타점 등을 KBO 리그 최초로 달성하며 독보적인 강타자로 리그를 지배했다.

장종훈은 1999시즌 한화의 최초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고, 구단 최초 영구결번 선수가 됐다. 장종훈은 전문가 투표에서 135표(69.23점), 팬 투표에서 501,585표(9.18점)를 얻어, 총 점수 78.41점으로 레전드 순위 10위에 올랐다.

   
▲ 사진=KBO


두산의 팀 컬러에 가장 부합하는 타자로 손꼽히는 김동주도 레전드로 선정됐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파워히터'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김동주의 무게감과 파괴력은 프로 입단 후 얻은 '두목곰'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두산 핵 타선의 중심에 늘 자리했다. 김동주는 본인 데뷔 첫 경기이자 1998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11일 광주 무등구장 해태(KIA 전신)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괴물 타자'의 등장을 알렸다. 

첫 시즌을 24홈런으로 마쳐 주위의 기대에 부응한 김동주는 KBO 리그 역사상 데뷔 첫 해 20홈런을 넘긴 7명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남아있다. 이후 김동주는 3년차였던 2000시즌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당시 우즈, 김동주, 심정수로 구성된 '우동수' 클린업 트리오의 중심에서 2001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등을 이끌며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김동주는 국내 구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잠실야구장에서 첫 장외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홈런은 KBO 공식 기록상 최장거리 홈런인 150m로 기록됐다. 김동주는 전문가 투표에서 92표(47.18점), 팬 투표에서 363,457표(6.65점)로 총 점수 53.83점을 얻어 레전드 순위 29위에 올랐다.

'헤라클라스' 심정수는 우람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로 리그에 뚜렷한 임팩트를 남겼다. 심정수는 당시 야구계에서는 아직 낯설었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하며 거포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다졌다. 홈런 타자로서 자리를 잡아가던 심정수는 2001시즌 현대로 트레이드 된 후 얼굴에 사구를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당하며, 큰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훗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며 방망이에 불을 뿜기 시작했다.

최전성기였던 2002~2003시즌에는 국민타자 이승엽과 홈런 레이스 라이벌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KBO 리그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KBO 리그에서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는 심정수를 포함해 이승엽, 박병호 단 3명뿐이다. 화끈한 장타로 현대 시절 왕조 구축에 큰 힘을 보탠 공포의 타자 심정수는 전문가 투표에서 90표(46.15점), 팬 투표에서 248,809표(4.56점)를 얻어 총 점수 50.71점으로 레전드 30위로 선정됐다.

우즈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시즌, KBO 리그에 착륙하자마자 리그를 폭격했다. 1998시즌 개막전 경기인 4월 11일 무등 해태전에서 KBO 리그 최초로 외국인 타자 데뷔 첫 타석 홈런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세우며 강인한 첫인상을 남겼다. 외국인 타자 데뷔 첫 타석 홈런은 단 5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우즈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첫 해 42홈런으로 시즌을 마쳤고 홈런 부문을 평정하며 1위에 등극, 시즌 MVP로도 선정됐다. 우즈는 KBO 리그에서 활약한 총 5년간 174홈런을 기록, 연평균 약 35홈런씩을 쏘아올리며 외국인 타자로서 유일하게 4시즌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우즈의 통산 174홈런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외국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즈는 전문가 투표에서 71표(36.41점), 팬 투표에서 247,116표(4.52점)를 획득, 총 점수 40.93점으로 레전드 40인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 표=KBO


이번에 발표된 레전드 4인에 대한 시상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레전드 40인의 특별한 스토리는 KBO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포츠의 KBO 40주년 특집 페이지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KBO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KBO 리그의 과거와 역사를 추억하고, 미래를 연결하기 위해 진행된 레전드 40인 선정 투표의 마지막 주인공 4인은 다음주 19일(월)에 공개된다. 또한 근소한 투표수 차이로 아깝게 레전드 40인에 오르지 못했지만 KBO 리그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41위~50위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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