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재 시인 이상(李箱, 1910∼1937)의 시가 언어 장벽을 뛰어넘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이하 재단)은 15∼2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4층 '둘레길 갤러리'에서, 이상의 작품을 AI로 풀어낸 전시인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한국의 아방가르드 문인 이상의 시와 네덜란드의 초현실주의 시인 폴 반 오스타이옌1896∼1937)의 시에서 추출한 텍스트를 한국의 박소윤 작가와 네덜란드의 베라 반 드 사이프 작가가 AI를 이용,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전시 포스터/사진=서울시 제공


두 작가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를 현대 기술인 AI를 활용해 풀어내고자 했는데, 전시명도 이러한 목적이 잘 드러나도록 정했다.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는 입력 값을 AI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다시 한번 입력을 요청하는, 일종의 명령어인데, 기획자는 이 명령어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여러 방식을 유도하는 AI의 노력이라고 해석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전시는 총 3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인 '001 두 줄의 정면 사이 어딘가'는 두 시인이 대화하는 형태로 보여지며, AI가 한국어, 네덜란드어, 영어를 오가는 번역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서로 언어가 다른 두 시인의 대화를 완성했다.

두 번째 작품인 '002 이제 나는 죽어가는 햇살이 나를 데려가는 것을 느끼며'는 두 시인의 작품 중 구체시(具體詩) 기법을 학습한 AI가 이를 3개의 대형 스크린에 이미지로 보여주는데, 구체시란 시 본문에 문자, 도형 등을 그림 형식으로 배열한 것이다.

세 번째 '003 날카롭고 거칠 때'는 센서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포착, 화면 속에 형상화된 언어들을 소환하는 작품으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어와 네덜란드어, 문자와 이미지 등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전달된다.

박제언 전시기획자는 "진정한 소통을 위한 노력, 즉 '진심'이 전해지는 사회가 되는 데, 이번 전시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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