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16만2892가구. 추석 이후 연말까지 아파트 공급 물량이다. 지난해 동기보다 5000여가구 늘어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주택공급 증가는 분양시장이 호황일 때 나타난다. 신규 분양 단지들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면 건설사도 공급에 박차를 가한다. 물 들어올 때 노젓는 셈이다.

그런데 현재 분양시장은 결코 호황이라고 할 수 없다. 지표만 보면 오히려 불황에 가깝다. 7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3만1284가구로 전월보다 12.1%(3374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이 3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2020년 5월(3만3894가구) 이후 처음이다.

지역별로 미분양 증가 추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1509가구였던 수도권 미분양 가구 수는 7개월 만에 4529가구로 3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지방 미분양 가구수도 1만가구 이상(1만6201가구→2만6755가구) 늘어났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혀온 서울에서도 미달 단지가 나왔다.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와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가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1순위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은 2017년 손님맞이에 나섰던 ‘상봉베스트원’ 이후 5년여 만이다.

청약 통장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7월말 기준 2701만9253명으로, 전달보다 1만여명 감소했다. 월별 가입자 수 감소는 2009년 출시 이후 처음이다.

   
▲ 연말까지 약 16만가구가 공급 예정인 가운데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분양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로는 금리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사상처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7월에는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이른 바 ‘빅스텝’까지 단행했다. 역대급 금리 인상은 대출 의존도 높은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고 분양시장도 침체 국면에 접어 들었다.

금리쇼크로 건설사들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이 불가피한데 미분양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다. 주택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건설사가 대부분이다. 미분양 리스크 확대가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양 일정 연기도 여의치 않다. 금리 상승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부터 연말까지 아파트 16만 가구가 쏟아지게 된 이유다.

벼랑 끝에 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분양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미분양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미분양이 폭증한 지방에서만 8만6571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건설업계가 위태롭다.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사는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건설업계 돈맥경화가 심화되며 윤석열 정부의 야심찬 계획 ‘5년간 주택 270만호 공급’도 차질이 우려된다.

미분양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완화해야 한다. 이 밖에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제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또한 개편해야 한다.

알맹이 빠진 맹탕 대책은 불확실성만 남겼다. 실현가능성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미분양 태풍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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