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지방이전 고수, 수도권·부울경 집중육성 시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부산이전에 대해 "본점 부산이전은 대통령의 뜻"이라며 본점 부산 이전 계획을 고수했다. 산은 직원들의 반대가 극심하지만 대화로 잘 타협해 지방이전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14일 본점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전 직원을 책임지는 회장으로서 우리 직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이 국정과제를 어떻게 잘 실행하는가가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 취임 100일을 맞은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부산이전에 대해 "본점 부산이전은 대통령의 뜻"이라며 본점 부산 이전 계획을 고수했다./사진=산업은행 제공


직원들이 가지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일면 타당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강 회장은 "우리 직원들이 걱정하는 것, 저라도 걱정할 것 같다"며 "다른 곳은 안 가는데 우리만 가야하지 우리가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확고한 만큼,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이를 꺾기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통령께서 제7차 비상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부분이고 9월1일 9월2일 국회 예결위에서 국무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확약한 사안이다"며 "우리 직원들이 제가 회장이라도 국가 최고책임자들이 결정한 부분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정부 지시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 직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그러한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한명한명 만날 것이고 더 많은 진정성있는 노력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또 산은 소재지는 서울특별시로 둔다는 '산은법 4조 1항'을 가리켜" 법개정이 될 때까지 시간이 있을테니 많은 직원들과 깊은 토론을 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앞서 강 회장은 추석 연휴 전날인 9일 전직원 앞 서신을 통해 "부산 이전은 대통령 공약으로 철회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직원들 앞으로 보낸 서신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점 이전의 의도는 부산·울산·경남지역의 경제침체를 꼽았다. 과거 부울경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가 제조업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까닭이다. 강 회장은 "부울경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는데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기업들이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며 "수도권뿐 아니라 부울경지역도 새로운 4차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수도권과 부울경, 두 축으로 대한민국의 지속경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부울경만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타지역과의 지원형평성 및 역차별 논란이 우려되지만, 강 회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기업금융의 최우선순위를 놓고 볼 때 수도권과 부울경지역의 파이가 큰 만큼, 이들 지역에 대한 정책금융 우선지원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 회장은 "부산에 간다고 해서 부산만 커버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런 우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부산지역 영업점 규모도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 최고의 해양도시'를 언급했던 점에서 해양부문을 중심으로 확대 편성할 것임을 밝혔다. 빠르면 내년 초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이전에 따른 인재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 (회장으로서) 가장 신경써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전이 본격화되면 인재 이탈이 많이 일어날 게 불가피하다는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수치로는 여러 명이 돼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우리 은행의 경쟁력을 잠식할 정도로 많은 인원을 이동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지방이전에 따른 직원들의 주거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좀 더 숙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500여명의 인재 전환배치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로 이전한 금융공기업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그동안 공공기관 이전과 저희의 이전은 1 대 1로 얘기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증권거래소의 경우 우리나라 독점기업이기 때문에 부산에 있으나 서울에 있으나 독점기업의 위상이 변하는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은은 그런 독점성이 일부 있으나 시장과 굉장히 호흡하고 경쟁하는 파트가 있어서 독점 금융기관과 직접 비교하는 건 어렵다"며 "이전한다면 산은이 부산 이전하기 전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산은이 돼야 할 것이라는 차원에서 정부와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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