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HMM·아시아나·KDB생명 등 관리기업 구조조정 방안 언급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을 두고 "가급적 빠른 매각을 희망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밝혔다.

강 회장은 14일 본점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관리 중인 기업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가급적 빠른 매각을 지향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산은 정관 40조 4항이 투자목적을 달성한 경우 시장가격으로 신속하게 매각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을 두고 "가급적 빠른 매각을 희망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밝혔다./사진=산업은행 제공


원칙론과 함께 강 회장은 하청지회의 파업으로 큰 손실을 입은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산은은 현재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해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 컨설팅 결과는 어느정도 나왔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려운 게 기업의 비밀과 영업기밀이 담겨있어서 공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매각 방식에 대해서는 "대우조선이 현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빠른 매각이 필요한데 그 매각에 여러 조건을 다는 것, 분할매각은 안 되고 통매각은 되고 등의 사전적 조건을 다는 것이 대우조선 처리문제에 바른 접근방법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분할매각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밝혔다. 핵심 사업부인 방산부분을 별도로 떼어내 해외 매각하는 등의 방식이 국가안보 문제에 저촉되는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매각가격에 좌우돼 매각 시기를 놓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지난 2008년 6월 약 7조 5000여억원에 육박했지만,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M&A) 무산, 하청지회의 불법파업 등으로 이날 현재 2조원대에 불가하다. 채권단으로서 매각가격도 중요하지만 매각의 시기가 중요하다는 게 강 회장의 뜻이다.

해운호황으로 정상기업이 된 HMM에 대해서는 "산은 정관 40조 4항이 투자목적을 달성한 경우 시장가격으로 신속하게 매각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HMM은) 원칙적으로 정상기업이 됐기에 조속히 매각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HMM의 경우 국가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 부처간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HMM의 전환사채(CB) 조기상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 답변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전임 이동걸 회장은 "HMM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권리를 이행하지 않으면 배임이 된다"며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의 빅딜을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산은과 수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CB 중 1800억원을 중도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나-대한항공 합병 문제는 현재 5개국의 승인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나머지 국가들도 결합에 동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미국의 판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미국의 판단은 올해 안에 나올 것 같고, 미국 판결이 나오면 유럽도 미국 판단에 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외교부 산업부 등 정부 부처와 협조해 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KDB생명은 금리 상승기에 힘입어 매각여건이 좋아진 만큼, 조만간 매각작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강 회장은 '한국경제 재도약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반도체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펩리스를 중심으로 5년간 30조원을 투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 회장은 "산은은 구조조정 회사가 아니고, 부산 이전 회사도 아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회사"라며 "저희가 펩리스분야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자 한다. 구체적 계획은 정교하게 나오면 밝히겠다"고 전했다. 

한편 노사대립의 핵심 문제인 본점 부산이전에 대해서는 "본점 부산이전은 대통령의 뜻"이라며 지방이전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 전 직원을 책임지는 회장으로서 우리 직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이 국정과제를 어떻게 잘 실행하는가가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이전 뜻이 확고한 만큼,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대세를 꺾기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대통령께서 제7차 비상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부분이고 9월1일 9월2일 국회 예결위에서 국무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확약한 사안이다"며 "우리 직원들이 제가 회장이라도 국가 최고책임자들이 결정한 부분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정부 지시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 직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그러한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한명한명 만날 것이고 더 많은 진정성있는 노력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산은 소재지는 서울특별시로 둔다는 '산은법 4조 1항'을 가리켜 "법개정이 될 때까지 시간이 있을테니 많은 직원들과 깊은 토론을 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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