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참석율 '저조' 지방은행 '일부 참석' 국책은행 '적극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0만 조합원으로 구성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임금인상률, 주 4.5일제 시범근무 등을 두고 사측인 은행연합회와 지난 14일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실제 총파업 참여율은 최근 은행권을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된 데다, 대부분의 행원들이 회의적 반응을 보여 저조할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노조는 16일 오전부터 서울 시청-광화문광장을 시작으로 용산 삼각지역까지 이어지는 가두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자단체와 금융노조는 전날까지 교섭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가장 큰 갈등은 임금인상이었다. 노조는 기존 요구안인 6.1%의 임금인상에서 한국은행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수정 제안했다. 하지만 사측은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2.4%의 인상률을 제시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는 후문이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노조측 추산 파업 참석자 수는 2만여명,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을 자체 집계한 값은 전체 직원의 약 9.4%인 9807명(오전 10시30분 기준)이다./사진=금융노조 유튜브 캡처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10만 금융노동자의 9·16 총파업은 사람을 살리는 파업,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는 파업,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파업이다"며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점포와 고용을 줄이고 주주배당에 목숨을 건 금융사용자들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정당한 노동 대가 쟁취 △점포 폐쇄 중단 △적정인력 유지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해고사유 제한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국책은행 지방이전 폐기 등을 강조했다. 

파업 참가인원 추산치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노조측 추산 참석자 수는 2만여명,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을 자체 집계한 값은 전체 직원의 약 9.4%인 9807명(오전 10시30분 기준)이다. 금감원 집계를 좀 더 살펴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의 파업 참여율은 0.8% 수준인 반면,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노조는 조합원 10만여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농협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조합원들이 참석을 꺼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산치도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 노조는 지난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일부 노조 간부들만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파업에 참석하는 노조 간부는 약 100명 남짓으로 전체 조합원 1만여명의 약 1% 수준이다. 그 외 우리·신한·하나은행 노조도 간부 100명 이내의 인원만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각 지점에서 정상 근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이들보다 좀 더 참석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노조 위원장이 KB 출신이다보니 (타행보다) KB에서 더 갔을 수도 있는데, 시중은행 참석률이 저조하다보니 파업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지점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노조 간부 위주로 파업에 참석했고 여수신업무가 비대면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어서 지점에 업무를 보러가는 고객들은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자료를 통해 "모든 은행에서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영업점 전산망 등 전산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며 "은행의 모든 영업점이 정상 영업 중으로, 특이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지난 2016년 상암에서 치러진 총파업 당시보다 파업 참석자가 크게 못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총파업을 단행할 때마다 은행별 현안이 제각각인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별로 이슈가 빈번할수록 총파업에 자주 참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는 산은 부산이전 문제가 주요 이슈인 만큼, 이와 무관한 시중은행에서는 파업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6년에는 약 1만 600명이 참석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2016년 총파업 당시에는 시중은행 지점에서도 1~2명씩 갔다. 하지만 지금 요구조건은 그때와 다소 차이가 있다"며 "이슈가 있는 곳일수록 조합원의 파업 참여가 높은 편이다. 올해는 산은 부산이전이 큰 이슈인 만큼 우리와 크게 연관이 없어 참석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도 그렇고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파업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총파업에 따른 업무차질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가 전날부터 시중은행을 통해 안심전환대출을 접수받는 까닭이다. 까다로운 신청조건 탓에 수도권 영업점은 한산한 반면, 지방 영업점에서는 상담을 희망하는 대출자들의 방문이 다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영업점 업무는 큰 문제점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방영업점이 400~500명씩 버스를 타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의 지방 수요가 상당한데 지방에서 꽤 올라오다보니 우려되긴 한다"고 말했다.

지방을 본거지로 하는 지방은행은 안심전환대출 업무를 당장 취급하지 않아 무리없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은 대출자가 직접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선신청 및 심사를 거친 후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영업점에서 안심전환대출로 붐비게 될 시기는 10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파업 인력이) 정확히 집계는 안 되고 있지만, 지점별로 1~2명씩 동참해 세 자릿수는 된다"면서도 "지점은 정상 영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심전환대출은 시중은행과 달리 주금공에서 선접수 및 심사를 해서 승인이 나면 10월부터 처리하기 때문에 창구는 혼잡하지 않을 듯 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도 "지점마다 일부 노조원이 참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면서도 "전 영업점이 지장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한 터라 업무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노조측 추산 파업 참석자 수는 2만여명,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을 자체 집계한 값은 전체 직원의 약 9.4%인 9807명(오전 10시30분 기준)이다./사진=금융노조 유튜브 캡처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파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산은은 본점 부산이전 문제로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 대부분이 참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강석훈 산은 회장이 부산이전을 두고 "대통령의 지시로 불가피하다"는 뜻만 전해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뜻이라 불가피하다'라는 말도 이해는 되지만 (부산이전을) 논리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설명한 건 없었다"며 "그렇다보니 '대통령이 죽으라면 죽을 것이냐'라는 등의 내용이 블라인드(익명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윤승 금융노조 산은지부 위원장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산업은행 직원들이 강석훈 회장에게 분노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소통하자면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관철시키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이 부·울·경 지역에 적정량을 넘어서는 자금을 투입하면 예상되는 결과는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버블 뿐이다"며 "이러한 버블 경제는 좀비 기업을 양산하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버티지 못하고 붕괴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당시 강 회장은 부산이전에 대한 배경으로 부산·울산·경남지역의 경제침체를 꼽았다. 부울경 경제를 살리는 방안이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 육성'이고 이를 위해 산은 자금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다.  
 
나머지 두 은행은 공공기관 혁신안 및 처우 문제 등으로 조합원 다수가 파업에 참석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합원은 팀장급 이하의 직원 대부분으로, 기본적으로 노조에 가입돼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조직관리자를 제외한 조합원이라면 대부분 참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체로 필수인력을 제외하면 웬만해서 (파업에) 참석하는 게 원칙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여수신 업무는 비대면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고 (지점에도) 팀장을 비롯해 본점에서 지원을 나가고 있어서, 고객 업무는 크게 지장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파업에 이어 오는 30일 제2차 총파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해 당분간 노사 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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