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의원, '우량·성숙단계 여신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 공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위원회가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를 시중은행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산은이 실제 대출 이관 시나리오를 이미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 거래처로는 현대제철, 현대차 등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병원까지 망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위원회가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를 시중은행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산은이 실제 대출 이관 시나리오를 이미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산은의 '우량·성숙단계 여신(대출)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에 따르면 산은은 전체 영업자산 243조 7000억원 중 △해외·투자 자산 △온렌딩 △PF △구조조정 등 이관이 곤란한 137조 2000억원을 제외한 106조 5000억원을 이관할 수 있는 영업자산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산은은 신용도가 최고 수준인 알짜 회사만을 골라 최대 18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자산을 민간은행에 넘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세웠다.

해당 문건에서 산은은 기업 신용등급과 업력 등을 고려해 민간 이관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우량·성숙단계 여신 이관에 따른 3개 시나리오별 영향도를 분석했다. 시나리오1은 3년 연속 신용등급 AA이상, 업력 10년 이상, 상장사, 당행 거액여신 500억원 보유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8개 대기업과 10개 중견기업 등 19개사 여신이 이관 대상으로 고려됐다. 여신 규모는 5조 3000억원에 달한다. 

시나리오2는 3년 연속 신용등급 AA이상, 업력 10년 이상으로 16개 대기업과 25개 중견기업, 14개 중소기업 등 87개사에 대한 거래처 이관 건이다. 여신 규모는 9조 7000억원이다.

여신 이관 규모가 가장 큰 시나리오3은 신용등급 AA- 이상, 업력 10년 이상으로 33개 대기업과 94개 중견기업, 63개 중소기업 등 226개사가 해당된다. 여신 규모는 18조 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시나리오에서 거론된 기업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 △LG유플러스 △LG화학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LG전자 △기아 △GS칼텍스 △SK하이닉스 △한화솔루션 △CJ제일제당 등이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도 IBK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전 부서를 대상으로 '정책금융 역할재편' 관련 문건 작성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분명히 공공기관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의 내용을 보면 이미 법률 조항은 사문화됐다"며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국책은행 우량여신 매각은 공공기관 민영화를 넘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책은행은 민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자금을 수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며 "국책은행의 규모와 안정성이 떨어지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경제 안정성이나 신용도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 논란을 두고 산은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금융위는 우량 여신의 민간 이관은 단순 아이디어일 뿐 실제로는 검토된 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지난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량 거래처를 넘긴다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아무런 실체가 없다. 그런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했다.

산은은 이날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우량·성숙 여신과 관련해 내부적인 검토를 위해 자체적으로 판별기준 등 실무적인 수준의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코자 내부 회람한 바 있다"면서도 "우량여신을 시중은행에 이관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며,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검토·보고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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