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사소한 부주의·오류에 지나친 처분…재량권 남용"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의사가 실수로 법에서 정한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채 건강검진을 했다는 이유로 검진비 전액을 환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전주의 A 건강검진 병원 병원장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2010년 개설된 A병원은 2014년 검진 기관으로 지정돼 건강검진을 해왔다. 2020년 건보공단 호남제주지역본부의 현지 확인 결과 소속 의사인 B씨가 건강검진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검진을 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B씨는 다른 병원에서 일하던 2015년 건강검진 교육을 받았지만 A병원에 입사한 2019년에는 교육과정이 변경돼 과거에 교육을 받은 의사들도 새로 이수 의무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건보공단은 B씨가 지난 2019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검진과 상담 등을 하고 받은 검진 비용 총 4400여만원이 모두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전액을 환수하겠다고 A병원에 통보했다. A병원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부당이득 환수 처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B씨가 실시한 검진의 검진 비용 전체를 환수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처분으로 B씨가 실시한 건강검진 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했다.

또 "피고(건보공단)는 검진 담당 의사의 교육과정 이수 여부를 검토·확인해 원고에게 통보할 의무가 있는데 B씨의 교육수료증이 종전의 것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과실뿐 아니라 피고의 관리 부실도 위반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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