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4분기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재계와 금융감독원은 정 부회장이 자신 명의의 삼성전자 보통주 29만3500주 가운데 4만8500주를 지난해 4분기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도 물량은 전체 보유량의 16.5%로, 지난해 4분기 평균주가(주당 122만원) 기준 총 591억2854만원 규모다.

구체적인 매도 시점은 공개되지 않지만 지난해 9월 말 29만3500주였던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주식 수는 지난해 말 24만5000주로 줄었다.

정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05년 2월. 삼성전자가 5000주 이상 주식을 보유한 개인·법인 주주에게 주주총회 참석 및 의결권 위임을 안내하기 위해 작성한 명부에 정 부회장의 이름이 올랐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전면에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주식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1년 반기보고서를 통해서였다. 삼성전자는 2011년 9월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2011년 6월 말 기준 정용진 주주의 보유주식수는 29만3500주로 2010년 말 대비 변동이 없다”며 “최근 당사 특정 주주의 보유주식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투자자 이해 제고 차원에서 참고사항으로 기재한다”고 공개했다.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주식수는 2011년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11일 부산의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지분을) 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현재 삼성전자 지분율은 0.17%로 개인주주로는 외삼촌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38%), 외숙모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0.74%), 동갑내기 외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0.57%)에 이어 네번째다. 현재 남은 주식의 평가 가치는 약3350억원(7일 종가 137만원 기준)에 달한다.

시장에선 정 부회장의 주식 매도 배경과 용처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우선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의 지분 승계에 대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 부회장이 지분 52%를 보유한 광주신세계 주식이 든든한 자금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 보유 지분도 함께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는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을 때로, 지난해 10월 13일 장중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주당 107만8000원까지 빠졌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무리해서 낮은 가격에 보유 지분을 매각한 이유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삼성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팔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동안 삼성은 정 부회장의 삼성계열사 지분 보유에 대해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여 왔다.

한편, 신세계는 지난달 별도법인을 설립해 시내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 계열사인 호텔신라와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오는 6월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