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경제부 기자.
[미디어펜=김재현기자] 금융감독원은 망연자실하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이 전임 임직원을 겨냥하면서 금감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스럽다.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압수수색 대상은 기업금융개선국,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과 관련된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를 통해 금감원 간부와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속한 금융권 인사들의 회의자료 등을 찾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당시 기업금융개선국장이던 김진수 전 부원장보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펼치면서 금감원의 보이지 않는 손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최수현 전 금감원장, 조영제 전 부원장, 김진수 전 부원장보 등도 수사대상에 올렸다. 이른바 금감원 내 충청라인을 지목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충청라인과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국장이던 김 전 부원장보 독단적으로 경남기업의 특혜를 진두지휘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와 금감원 직원간 잇속 챙기기, 부실회계 무마 청탁, 대출 알선, 사기대출 연루 등 그간 금감원은 크고 작은 부정부패와 비리사건에 멍든채 체면을 구겼다. 전문가들은 금융계 전반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로서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이 혼재된 낙후된 결과라 했다. 또는 넘치는 권력을 가진 자의 자정이 부족한 결과다.

무소불위 칼을 가지고 있는 금감원의 파워는 대단하다. 수시적인 정기검사, 테마검사 등 다양한 형태의 감독·검사권한을 가지고 있는 탓에 피감기관인 금융기관으로서는 고양이 앞 생쥐 신세다.

금융업계는 금감원의 행태에 "코에 걸면 코걸이", "사사건건 트집" , "눈칫밥 먹기" 등 갖가지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올해 금감원은 금융개혁의 첫번째 과제로 금융회사 검사·제재 개혁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위기와 대형 금융사고 발생으로 금융현장에서 검사-제재방식에 대한 불만과 개선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검사-제재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가 자율과 창의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다.

금융회사가 스스로 관행과 폐해를 자율적으로 고쳐가고 해결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골자다. 대신 준법감시와 내부통제시스템이 허술하거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엄정한 책임을 부과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그 길을 가는 것이 맞다. 좋은 얘기다. 금융업계에서는 의문부호를 던진다. 오히려 금융회사를 옥죌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어디까지 제대로 해야 하는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금융회사가 자율개선 노력과 자체감사, 금융사고 예방에 전념했다 치더라도 금감원의 "충분하지 않다"고 해석해버리면 그에 대한 상응조치가 내릴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를 바 없다. 금감원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다.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목적으로 한 개혁이 개악이 될 수 있다.

   
▲ 금융감독원 현판 사진./미디어펜
이미 금융당국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신회 회복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금융연구원 '금융신뢰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금융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89.5점, 감독기관의 감독 효율성에 대한 신뢰도는 61.3점이다.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권보다 감독당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개혁은 금융회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과자신(改過自新)'이란 말이 있다. 바르게 사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고 잘못된 점을 깨달아 이를 고쳐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기'와 '편작·창공열전'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명의 태창공 순우의(淳于意)의 막내딸이 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유래했다. 

부패와 비리에 얼룩진 금감원의 오명의 역사를 깨끗이 씻기 위해 금감원 내부의 책임은 없는지 진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금융시스템 안정과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도록 '금융시장의 파수꾼'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함은 물론 다시 금융의 기본 틀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서산대상의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에서 반면교사를 찾자.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때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잘되던, 못 되었던 나의 이 길은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질 또다른 교과서가 된다. 눈밭에 찍힌 발자국을 뒤돌아보는 여유와 반성만이 하얗게 눈으로 쌓인 들판을 부끄럼없이 걸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