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분노 유통…특별강연서 커뮤니티 구축 등 3가지 솔루션 제시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페이스북(메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의 사고까지 소유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마리아 레사 필리핀 온라인 뉴스매체 래플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이들이 혐오·분노를 유통 중으로, 민주주의가 새로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마리아 레사 래플러 CEO가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라는 주제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특별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사진 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소셜미디어 등이 발달하면서 가짜뉴스가 사실 보다 6배 빠르게 유통되고 있으며, 기술로 인한 초사회화가 민주주의 시스템을 언론 압제가 가능한 사회로 이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사 CEO는 "과거에는 정부 등에 의한 탑-다운 방식으로 언론에 대한 위협이 자행됐으나, 최근에는 기하급수적인 거짓 정보 및 이에 기반한 공격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세계 여성 언론인의 73%가 이같은 공격에 노출된 사례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가짜 뉴스 등을 통한 정보 공작은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고, 이들의 의지를 꺾으려는 목적이 있다"며 "저널리즘이 이런 시도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테크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빅테크 기업과 별도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나쁜 기술에 대항 가능한 좋은 기술 △올바른 저널리즘 △연대를 위한 커뮤니티 조성을 비롯한 3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레사 CEO는 2012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두테르테 정권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권력을 남용했고, 폭력과 권위주의에 대해 집중 조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왼쪽부터)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표완수 한국언론재단 이사장·마리아 레사 래플러 CEO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사진 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또한 빅테크 기업의 윤리적 역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고,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함께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필리핀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레사 CEO가 처음이다.

그는 레플러 설립 전 CNN 동남아시아 담당으로서 테러 조직에 대한 탐사 보도를 했고, 필리핀 ABS-CBN 뉴스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유네스코 길레르모 카노 세계언론자유상과 2018년 제70회 세계신문협회 황금펜상을 수상했고, 2018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과 2019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한편, 이번 강연의 주제는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으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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