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이전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조문을 하지 못해 ‘외교 참사’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정부는 “이번 조문외교의 핵심은 장례식 참석”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외교 일정에 차질이 생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조문을 한다는 것에서 아마 가장 중요한 행사는 성당에서 하는 미사일 것”이라고 답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국장에 참석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고, 조문록 서명은 현지 사정에 따라서 다음날인 19일로 영국 왕실의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1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을 방문해 조문한 뒤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교통혼잡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고, 다음날 조문록만 작성하게 됐다. 

이를 두고 야당은 “외교참사”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여당은 “사실왜곡”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당시 많은 나라의 정상들이 18일에 도착해 조문 일정부터 참여했으나 그날 오후 늦게 도착한 일부 정상들에 대해선 영국 왕실에서 다음날인 19일 조문록 작성을 안내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윤 대통령 외에도 그리스 대통령, 모나코 국왕,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등이 19일 장례식을 마친 뒤 조문록에 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임 대변인은 “이분들도 모두 영국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것은 아니다. 참배가 불발됐거나 조문이 취소된 것 또한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조문 없는 조문외교를 펼쳤다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지각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례와 관련해 영국과 미국에선 돌아가신 분을 곱게 가꿔서 시신을 직접 보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윤 대통령은 그 핵심을 건너뛰고 그냥 리셉션장으로 가셨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도 안하고 육개장만 먹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혼잡한 교통 상황 때문이라는 해명에 대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도 런던 중심부에 도착해서 걸어서 갔다”고 말하며 당초 윤 대통령이 런던 도착 당일 한국전 참전비 헌화와 웨스트민스터홀 참배를 모두 취소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대정부질문에서 “(런던 현지에서) 오후 5시까지 버킹검궁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도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공식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되지만 이보다 1시간 이전에 도착할 것을 안내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영국 왕실에서는 자칫 우리 대통령 내외가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와 조문록 작성을 다음 날로 순연하도록 요청했었고, 저희는 영국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서 그렇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