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라면 참전 모양새, 위험 인식…거짓일 수 있지만 타당성 있어”
美 중간선거 이후 협상국면 기대 암시? “유엔 기간 악마화 경계 수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국방성이 21일자 담화를 내고 “러시아에 무기수출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 그럴 계획도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배경에는 미국측의 수차례에 걸친 의혹 제기가 있었다. 

미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판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배하는 것으로 추가 제재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재무부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가 “북한이나 이란의 기관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기관에 군사장비를 공급하는 것은 확실한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일 “러시아가 북한의 포탄을 사들이고 있다”며 “탄약 요청을 위해 러시아와 북한이 접촉한 징후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도 계속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북한에서 포탄과 로켓 수백만 발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전격 사실을 부인하고 나서면서 우선 그 진위 여부가 주목됐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서로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고, 최근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우크라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지지하는 발언이 북한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와 철도 연결이 가능해 세계적인 해양감시망을 피해 무기를 수출할 수가 있다. 이처럼 북한의 대러 무기수출 가능성은 존재했지만, 북한은 최종 러시아에 무기수출을 안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장비를 수출할 경우 사실상 우크라전쟁에 참전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므로 북한이 이런 행동에 대해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북한의 정권수립일 74주년인 9월 9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 발사(불꽃놀이)가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2022.9.10./사진=뉴스1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북한 국방성 장비총국 부촉국장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지만 타당성이 존재한다”면서 “북한의 핵무력 법령에도 있듯이 자신들의 핵무기는 자위용이라 주장해왔고, 기술이전도 없다고 공언한 만큼 재래무기 수출 행위도 그 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도 현재 세계적인 전략경쟁 구도가 북중러 연대 형태로 비쳐져서 미국과 지나친 대립각을 보이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라며 “7차 핵실험 유보에서도 나타났듯이 북한 역시 한반도 상황을 극단적 긴장으로 몰아가기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차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의 북미협상 국면을 기대한다는 점도 암시된다. 미국에 대해 명분을 달라고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러시아와 철저한 교감 아래 거짓성명을 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만약 미국에 메시지를 전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지금 7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의 마땅한 추가 카드가 없어 고민인데 무기수출 건으로 이미지를 악화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북한 담화는 북한군부의 강력한 반발이 아니라 유엔총회기간 북한을 악마화하려는 미국 대북 적대시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려는 수준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 명의로 나왔다. 북한은 “군사장비의 개발과 생산, 보유는 물론 다른 나라와의 수출입 활동은 주권국가의 고유하고 합법적인 권리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가지만은 명백히 밝히고자 한다”면서 “우리는 지난 시기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어디서 들은 근거 없는 무기거래설을 내돌리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을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비열한 정치군사적 흉심을 추구하기 위해 함부로 반공화국 모략설을 퍼뜨리는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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