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운영·인사관리·계약 및 경영감독 부문 곳곳서 문제점 발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감사원이 주요 국책은행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은행이 조직운영·인사관리·계약 및 경영감독 부문 등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들 기관은 정부 지침 및 권고를 어기고 고연봉 임원직을 만들거나 과도한 사내복지를 제공하는 한편, 법인 카드 및 차량을 사적으로 부당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ESG경영이 주요 어젠다로 부상하는 가운데 지배구조(G)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 감사원이 주요 국책은행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은행이 조직운영·인사관리·계약 및 경영감독 부문 등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감사원이 펴낸 '한국은행 및 산은·기은 조직·예산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세 곳에서 총 33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 특히 산은은 절차를 무시한 인사조치로 감사원의 집중 타깃이 됐다. 

대표적으로 산은은 이동걸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 전무이사급인 '선임부행장' 직위를 신설해 지배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임부행장 직위를 신설하려면 기재부로부터 집행부행장 정원 증원이 필요한데, 기재부는 이를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선임부행장 직위를 폐지하지 않고 지난해 1월까지 계속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산은은 선임부행장 신설로 집행부행장급 이상 직위가 10명이 되자, 부문장으로 근무하던 집행부행장 1명을 선임부행장으로, 부문장 자리에는 센터장 1명을 형식상 직무대리로 임용한 후 집행부행장과 동일하게 처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방안에서는 해당 직급 인사를 9명만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집행부행장에게는 임원 수준의 급여 체계가 적용되며, 전용차량, 기사, 비서 등이 제공된다. 

감사원은 "산은 혁신방안 취지에 반하는 이러한 행태로 인해 산은 중요 의사결정을 위한 지배구조가 왜곡되고 직무대리 제도가 집행부행장 정원 통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산은은 연 500만원대를 추가 지급받는 단장 직위를 집행부행장 전결만으로 자유롭게 신설했다. 이로 인해 본부장 직위는 2017년 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명으로 늘었다. 단장 직위도 2017년 14명에서 지난해 31명으로 크게 늘었다. 감사원은 산은이 상위직 증원이나 처우 개선 목적으로 본부장 및 단장 직위를 부당하게 설치·운영함에 따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4억원이 추가 지출돼 '방만경영'의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이 전 회장은 외부에서 전문직위 계약직으로 채용한 준법감시인 A씨가 사직하자 공개경쟁을 거치지 않고 지난해 1월 내부직원의 승진 직위인 집행부행장(부문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과다한 복리 후생 제도가 타깃이 됐다. 감사원은 "2009년, 2014년, 2018년 한은에 육아휴직 급여 등 방만한 복리후생 제도와 과도한 유급휴가 제도를 폐지하도록 지적한 바 있다"며 "한은은 노동조합 반대를 이유로 기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한은은 2018∼2020년 복리후생비로 90억원, 유급휴가(보상비)로 51억원을 지출했다. 

더불어 한은은 과거 감사원이 지역본부와 지점을 통합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를 이유로 들어 작년까지 이들을 그대로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근무 인원 20명 이하인 목포 등 3개 지역본부는 지난 2020년 운영비로 15억 8000만원이 쓰였다.

기은은 기재부와 협의 없이 임금피크제 대상인원(1∼4급) 전원을 기존직급에서 제외하고 5급 정원으로 관리해 해당 인원만큼 하위직급에서 과다 승진·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찰공고사항을 위반한 특정 참가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거나 일괄하도급을 묵인하는 등 계약관리 업무를 부당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계약관계 법규를 위반해 업무용 무선이어폰을 구매하거나 고가의 태블릿 PC를 구입해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휴직자 등에게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은은 지난해 11월 노조가 비대면 회의·교육과 재택·원격근무 활성화 등을 이유로 태블릿PC 구매를 요구했는데 휴직·파견자 등 전 임직원 1만 1258명에게 제공했다. 일부 본점 부서장은 법인 주유카드 및 차량을 주말, 공휴일, 개인 연가 때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기업은행장은 앞으로 업무상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피복 또는 태블릿PC 등을 전 임직원에게 일괄 지급하는 등 경비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하는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의하는 한편 "업무용 자산에 대한 현황조사를 철저히 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태블릿PC 등은 매각, 폐기하는 등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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