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20~25%↑…콘텐츠 제공 사업자, 웹 결제 확대·결제 구간 조정 등 대응책 마련 나서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애플이 한국·일본·베트남을 비롯한 국가에서 앱스토어 내 가격을 인상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5일부터 앱스토어 결제금액 중 1티어(0.99달러)는 1200원에서 1500원, 2티어(1.99달러)는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른다. 3~87티어 등 나머지 구간의 가격도 일제히 높아진다.

이번 조치로 국내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용이 비싸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앱결제는 어플리케이션에서 콘텐츠 구매시 애플·구글 등 마켓 사업자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앱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은 애플이 제시한 가격표대로 앱·콘텐츠 가격을 책정할 수 있기 때이다. 

   
▲ 애플 앱스토어./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처
예를 들어 아이폰 사용자가 네이버웹툰 유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쿠키'를 10개 구매할 경우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2티어 가격이 적용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포함한 다른 콘텐츠들의 가격도 인상되지만, 구독 방식의 콘텐츠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상의 배경으로 달러 강세를 지목했으나, 업계는 환율 상승폭 보다 이번 인상폭이 높다는 점을 들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14시32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09.8원으로, 1티어보다 90.2원 낮다.

정책 변경일이 2주 가량 남은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공지를 올린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올 6월 구글은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는 과정에서 정책 변화를 몇 달전부터 예고한 바 있다.

네이버웹툰은 고객 부담 완화를 위해 쿠키 가격을 개당 120원으로 유지하기 위해 결제 구간을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쿠키 100개 판매 테이블을 기존 10티어(현재 1만2000원)에서 8티어(조정 후 1만2000원)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앱스토어를 통해 신작을 출시 중인 가운데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 후속 지원 및 차기작 개발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금 논란 등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는 것을 피하기 위해 티어당 제공되는 아이템 개수를 늘리는 방법과 티어 단위 조정 등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PC·모바일 웹 등을 활용한 결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앱결제가 아닌 다른 경로는 이번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자체 웹 결제 방식을 활용하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늘어날지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수수료를 인상했을 때 웨이브·티빙·시즌을 비롯한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과 달리 구독료를 동결할 수 있었다. 앱 안에서 디지털 상품(구독 이용권)을 팔지 않는 넷플릭스는 인앱 결제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웹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아웃링크를 달았던 카카오에게 구글이 업데이트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등 앱마켓 사업자의 횡포가 이어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특히 이번 인상은 제대로 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앱마켓 시장 내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등 경쟁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애플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애플과 국내 게임업계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인앱 결제 수수료율이 30%지만, 부가세 10%를 합하면 실제로는 33%를 부과하면서 애플이 3500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겼다는 것이다. 협회는 애플이 국내에서 영업 중인 해외 개발사를 대상으로 10% 부가세를 대신 납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인앱 결제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일관되게 적용되는 중으로, 애플이 세금을 납부하면 세금을 공제한 뒤 수수료를 계산한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