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구조조정 원칙따라 대우조선 매각"…스토킹호스로 추가 인수자 물색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화그룹이 2조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최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강석훈 산은 회장은 본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 투자 유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2조원의 자본확충으로 향후 부족자금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민간 대주주의 등장으로 과감한 R&D 투자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의 질적성장을 유도함으로써 대한민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산은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산업은행 제공


대우조선 매각은 강 회장이 취임한 후 이룬 첫 성과다. 강 회장은 "저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라는 구조조정의 3가지 원칙에 더해서 신속한 매각 추진이라는 4번째 원칙을 말한 바 있다"며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저희 산은이 대주주로 잇는 체제 하에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포함한 근본적인 경쟁력을 계승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더러 매각 시기를 실기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관계자들과 협의하며 대우조선해양의 신속한 매각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금년 1월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된 직후부터 경영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현재 경쟁력 수준과 시장환경에서는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역량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유럽연합의 조선빅딜 반대 이후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한 경영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을 제3의 인수자에게 통매각하느냐, LNG선 및 특수선 등의 특정 사업부를 분리매각하느냐를 두고 난항을 겪었다. 

이에 산은은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재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 제조사 중 매수자를 물색했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방산사업을 갖춘 한화그룹이 통매각하는 조건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다만 매각방식은 회생기업이 추가 인수의향자를 확보할 경우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따른다. 현재로선 한화그룹이 '최우선 투자자'로 인정받지만, 일정 기간 내 추가 인수의향자가 나타나면 대우조선이 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셈이다. 추가 인수의향자가 없을 경우 한화그룹이 최종 투자자로 확정된다. 이에 따라 산은은 후속 입찰참여자의 입찰 조건과 한화그룹의 우선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대우조선의 최종 투자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경영 및 재무역량이 검증된 국내 대기업 계열에게 투자의향을 타결했으며, 그 결과 한화그룹이 인수의향을 표명했다"며 "먼저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조건부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투자자를 결정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본건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최종인수자로 선정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대우조선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종 투자가 마무리되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산은의 지배에 있던 대우조선은 약 21년만에 민영화될 전망이다. 

2조원이라는 매각대금이 적정한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 회장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에 따르면 2조원의 매각대금은 '증권발행 및 공시 규정' 기준 주가에서 10%를 할인한 가격으로 유상증자 가액을 계산했다. 

구체적으로 과거 1개월 가중평균주가, 1주일 가중평균주가, 최근 가중평균주가 등을 고려했고, 최종적으로 주당 1만 9150원이 유상증자 가격으로 확정됐다는 설명이다. 한화가 최종 2조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한화그룹은 49.3%의 지분을, 산은은 28.2%대의 지분을 갖게 된다.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서도 강 회장은 "오늘 발표 내용은 한화그룹을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선정한다는 것"이라며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것이고, 향후 일정기간을 통해 한화그룹을 뛰어넘는 더 좋은 조건의 기업이나 경우를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 이외에 다른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으면 그 회사와도 계약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의 이 조건이 우선협상대상자라는 것이지 한화그룹이 최종인수 대상자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

또 "여러 제반여건을 고려했을 때 지난 21년간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 있었고 지난 2015년 부실화 이후 대우조선이 7년간 산은 품에 있었지만 그동안 기업가치는 속절 없이 하락했고 작년 1조 7000억원, 올해 상반기 6000억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했다"며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R&D 투자라든지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민간 주인찾기를 통해 그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체제는 그대로 유지돼 '저가수주'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해운업 호황으로 유럽계 선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선박을 발주하면서 조선사들이 보유한 발주량이 늘어났지만, 지난 수년간 조선 3사는 수주가뭄 여파로 '제 살 깎아먹기'식 수주를 이어왔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유럽 경쟁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만큼, 현재로선 한화그룹이 인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됨으로 인해서 현대중공업 또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며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제3의 전략적 투자자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방법이 그런 인수합병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저가수주) 논란이 없지 않았고 일정 부분 대우조선이 산은에 지원을 받는 그런 형태로 있어서 그런 저가수주 현상이 발생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민간 대주주가 경영하게 되면 그런 수주단가 저하는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이고, 우리나라 조선업이 더 높은 품질 향상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정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딜을 두고 해외 경쟁당국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강 회장은 "해외 경쟁당국에서 일반적 기업결합 심사가 약 10여개국에서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결합에 대한 논의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처럼 동일한 조선업종에 대한 결합이 아니라서 한화가 기업결합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이번 거래로 채권 회수 가능성도 높아져 채권단의 손실도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 회장은 "현재 저희 손실은 3조 5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 현재 대손충당으로 쌓은 게 1조 6000억원, 주식손상 1조 8000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대우조선이 요주의여신에서 정상여신으로 분류가 되면 여기에 저희가 쌓은 1조 6000억원의 대부분(대손충당)이 이익으로 환원된다"며 "현재 민간 기업이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서 2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대우조선의) 주식가격이 (산은) 매입가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저희가 투입한 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은은 내일부터 3주간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외 대우조선을 인수할 회사가 있다면, 한화그룹과 함께 실사 대상리스트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추가 인수의향 기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한화그룹에 상향 조건의 인수조건을 따를 수 있는지 물어보고, 한화가 이를 수용하면 최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것이다. 

다만 LOI 대상에 해외 기업 및 한국기업을 내세운 해외자본의 투자는 철저히 배제할 방침이다. 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동종업종에 있어 해외 결합심사가 안 될 것으로 보는 만큼,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