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절차에 가입자 절반 실손보험금 청구 포기
소비자단체, 보험업법 개정안 의결 촉구 "전산화 시급"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 3년간 7400억원 상당의 보험금이 가입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등의 비용을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이다. 지난해 말 기준 3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금 통계와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 현황, 보험금 청구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37조5700억원인데 실제 지급보험금은 36조83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실손보험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7410억원 덜 지급된 것이다.

2020년 실손보험 지급가능금액은 11조3400억원, 2021년은 12조6800억원, 2022년 13조5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실제 지급보험금을 제외하면 미지급된 실손보험금은 2020년 2280억원, 2021년 2270억원, 2022년 2860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손보험 지급가능액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실손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최대로 증가하게 됐을 경우를 가정한 지급보험금 추정치다.

현재는 실손보험금 청구 시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개별적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 낭비 문제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4월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2%가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미청구 이유로는 △병원 방문 시간 부족(46.6%·복수응답) △번거로운 증빙서류 떼기 및 전송(23.5%) 등 절차상의 불편함을 꼽았다.

실손보험 미지급금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은 국회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근거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의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은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꾸준히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번번이 처리가 무산됐다.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병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손해보험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944만4000건 가운데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000건으로 0.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종이 서류 전달, 서류 촬영 후 전송 등 ‘아날로그’ 청구에 해당한다.

보험업계는 비용절감과 더불어 가입자의 편의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노출돼 진료수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데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