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안중에는 결국 이강인(21·마요르카)이 없었다. 두 경기 내내 교체 출전 한 번 안시켜주고 벤치에만 앉혀둘 거면 왜 스페인에서 불러왔을까 싶다.

이강인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카메룬 축구대표팀 A매치 평가전에 결장했다. 한국이 전반 35분 터진 손흥민의 헤딩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이 경기에 이강인은 교체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앞서 지난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도 마찬가지였다. 이강인은 교체명단에만 들었지 출전하지는 못했다.

   
▲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표정이 어두운 이강인. /사진=더팩트 제공


지난해 3월 일본과 친선경기에 출전한 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던 이강인은 1년 6개월 만에 A대표팀에 합류했다.

벤투 감독이 괜히 이강인을 다시 부른 것은 아니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마요르카의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6경기 출전해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도움은 라리가 공동 1위다.

유럽 빅리그에서 도움 1위를 달리는 선수를 벤투 감독이 대표팀 명단에서 뺄 수는 없었던 듯하다. 그런데 정작 뽑아놓고 출전 기회는 주지 않았다.

타이틀이 걸린 대회도 아니고, 평가전인 만큼 최소한의 출전 시간이라도 줘 실전에서 이강인의 기량이 1년 6개월 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철저히 외면했다.

이날 카메룬전에서 한국은 총 5장의 교체 카드를 썼다. 권창훈(김천), 나상호(서울), 황의조(올림피아코스), 정우영(알 사드), 백승호(전북)가 후반 교체 투입됐다. 포지션과 전술적인 문제를 고려한 선수 교체였겠지만, 벤투 감독이 이강인에게 전혀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관중들의 계속된 '이강인' 연호에도 벤투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대표팀에 재발탁돼 부푼 가슴을 안고 귀국 비행기에 올랐을텐데, 실전을 단 1분도 뛰어보지 못한 채 씁쓸하게 스페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리고, 이번 평가전 두 경기를 치른 결과 벤투 감독의 카타르 월드컵 최종엔트리 구상에 이강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강인을 카타르로 데려가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렇게 외면했을 것 같지는 않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술적이고 기술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어떤 전술인지 애매한 가운데 확실한 것은 벤투 감독의 '선택'에 이강인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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