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주관사 선정 착수…강석훈 "최대한 빨리 매각할 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은이 관리 중인 기업들을 추가로 매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KDB생명과 HMM을 매각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관리 기업들을 매각하는 데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바 있어, 민영화 드라이브가 본격 속도를 낼 조짐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대우조선에 이어 지난 27일 KDB생명보험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산은은 주요 회계법인과 증권사 등으로부터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 수령을 마감하고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을 착수하고 있다. 

   
▲ 한국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은이 관리 중인 기업들을 추가로 매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산은이 산하 사모펀드(PEF)를 통해 보유한 KDB생명의 지분은 상반기 기준 92.73%다. 산은은 'KDB 칸서스밸류유한회사'가 65.8%, 'KDB 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가 26.9%의 지분율로 각각 KDB생명을 지배하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이 중 26.9% 지분의 일부를 보유 중이다. 칸서스는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을 인수하지 않고 소수 지분만 남겨 놓았다.

강 회장은 지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매각에 대해 "현재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매각 여건이 좋다. 준비 과정을 거쳐 매각을 시행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전날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개최한 제4회 니치 아우어(Niche Hour) 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대한 빨리 (매각) 하겠다"고 말했다.

KDB생명을 인수하려는 후보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소수 지분을 가진 칸서스와 켁터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칸서스는 최근들어 본격적으로 KDB생명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캑터스PE는 KG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다. KG그룹은 최근 산은이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한 인수합병(M&A)에서 최종 투자자로 선정돼 쌍용차를 인수한 바 있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공식적인 매각절차를 아직 착수하지는 않은 상황이다"며 "매각 준비를 위한 자문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매각자문사를 선정하는 단계인 만큼, M&A 방식은 미정이다. 산은은 과거 관리 기업이었던 동아탱커, 쌍용차와 더불어 대우조선 매각을 모두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했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인수의향이 강한 기업을 인수예정자로 사전 확보해 민영화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는 만큼, 매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산은 관계자는 "(M&A 방식은) 각 회사, 경쟁력, 매각조건, 인수 의향이 기업 여부 등에 따라 다르다"며 "대우조선은 기본적으로 인수 예정자 한 곳을 필수적으로 확보하는 차원이었다. 상황에 따라 매각방식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KDB생명과 더불어 민영화 리스트에 거론되는 기업은 국적 원양선사인 HMM이다. 산은은 현재 20.7%의 HMM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부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민영화 여건 조성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HMM 민영화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매각이 '속전속결' 식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매각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재로선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이 보유한 전환사채(CB)를 HMM이 조기상환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HMM은 지난해 9000억원 영구채 조기상환을 청구했지만, 두 기관이 '배임' 문제를 언급하며 주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현재 두 기관은 상반기 기준 전환사채(CB)로 2조 8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약 6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면 5억 3600만주에 달하는데, 정부 지분율이 71.7%까지 치솟는다.

결국 강 회장이 CB 조기상환에 대한 유권해석을 어떻게 내리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 이동걸 전임 회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익 기회가 있는데 그것을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산은이 투입한 자금을 가능한 회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지에 대한 여부는 '주가'에 달려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6월 산은과 수은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CB 중 1800억원을 두 기관에 중도상환한 바 있다. HMM이 CB의 조기상환을 청구했음에도 거절당한 것과 대비된다. 

아시아나 CB 발행 당시 주당 전환가와 상환 당시의 주가가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은 덕분이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경우 상환 당시 주가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행사할 수 있는 가격과 큰 갭이 없어 실익이 크지 않았고, (배임 등에) 크게 논란될 소지가 없었다"며 "은행마다, 매 CB마다 가격이 달라서 어떤 의사결정이 옳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만큼, 가격 격차가 적어야 상대적으로 이익 추구, 배임 등의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자산 매각과 민간과의 중복 기능 최소화를 내걸어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는 등 민영화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어 관리기업 매각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재정 건전성 확립을 위해 긴축재정에 나서는 점도 산은이 관리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을 조기 매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강 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기업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바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시기와 매각대상은 미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회장께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 금리 인상기에 KDB생명 매각 여건이 좋아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고, 전반적으로 (KDB생명 외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해) 신속한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지금 어디가 팔리고 말고를 거론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