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받아들이지 않겠다” 불수용에도 ‘정치적 부담’ 우려
박 장관 “괴롭고 속상…비온 뒤 땅 굳듯 새출발 계기 삼겠다”
尹 지지율 다시 24% 최저치, 8월 ‘박순애 파문’ 이후 두번째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29일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헌정사상 7번째 장관 해임안이 가결됐다. ‘순방외교 참사’ 문제를 제기한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고, 여당은 30일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해임을 건의하는 것이므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30일 해임건의문을 받고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해임건의는 헌법에도 명시된 입법부의 권한인데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사태가 커진 만큼 윤 대통령이 안게 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게 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30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인사혁신처를 통해 ‘헌법 63조에 따라 박진 장관의 해임을 건의한다’는 국회의 해임건의문이 대통령실에 통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앞서 윤 대통령은 29일 출근길에도 약식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박 장관은 탁원한 능력을 가진 분이다.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서 전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면서 야당이 추진한 해임건의안에 대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국민들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2022.9.29./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해임건의안까지 갈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협력이 절실한 때 총칼없는 외교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치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혀 현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외교참사라고 하는데 외교참사라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여기 오겠나. 영국의 외교장관도 여기까지 오셨다. 우리가 스스로 폄하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내달 초 시작되는 국정감사장으로 옮겨져 여야 간 대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이 박 장관의 해임건의를 거부하면서 박 장관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지만,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은 명백하다. 실제로 역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장관 6명 중 5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기록이 있을 만큼 대통령 권한만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는 그동안 윤 대통령의 나토 순방 당시 민간인 동행 논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시 홀대 논란, 최근 유엔총회 계기 한일 정상회담 당시 ‘저자세 외교 논란’까지 산적된 문제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현재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교체도 요구하고 있지만 통하지 않자 헌법에서 보장한 국회권한을 행사해 장관 해임을 건의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은 30일 오전 외교부 기자실을 처음으로 찾아 “야당이 이번 대통령 순방에 대해 외교참사라고 하고 있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우리정치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9.29./사진=공동취재사진

그는 이어 “외교는 국익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다. 국익과 국격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야당의 질책은 국익외교를 더욱 잘해달라는 그런 차원에서 경청하겠다. 지금은 정쟁할 때 아니고 국익을 생각할 때이다. 그런 의미서 외교부 수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개인적 소회가 있고 마음이 괴롭고 속이 상하다”라면서 “그렇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이것을 하나의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아서 국익외교 위해 모든 능력과 열정을 다 바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물론 박 장관도 야당의 총공세를 정면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여론은 이번 순방외교 이후 논란을 외교참사로 인식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취임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4%,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5%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초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입학’ 정책을 들고 나와 국민 반발을 불렀을 때에도 24%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후 박 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갤럽 측은 “이번주 부정평가 이유에서는 외교, 비속어 발언 파문 관련 언급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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