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학생수 기준 국세·지방세 비율 5:5로 법 개정해야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공약가계부를 발표한바 있다. 이 공약가계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예산절감과 세출구조조정이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세출구조조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복되는 유사사업에 대한 조정이 시급한 과제인 가운데, 이와 더불어 공기업과 기금을 활용한 투자확대도 시도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 정책임을 감안해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효율적 국가예산 운용을 위하여 바람직한 세출조정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는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16국가예산 세출조정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성과평가센터 소장이 발표를 맡았다. 패널로는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범정부적인 사업성과 정보의 생산 및 실행체계가 필요하며, 사전에 실 사업진행조직에 대한 책임소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해 세출에 대한 사후평가를 강화하고 기존 평가결과 예결산서와 연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래 글은 토론자로 참석한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세출구조조정, 문제는 국회다!

국가 재정은 수요의 증감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예산이 수요의 증감과 상관없이 기존의 관행대로 세워지고 집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재정의 사례가 그렇다. 우리나라 학생 수는 지난 2000년 795만명에서 올해 615만명으로 22.6% 감소했다. 오는 2030년에는 531만명으로 33.2%나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 수는 2005년에 402만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73만으로 10년 만에 무려 129만 명의 학생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학교 예산은 오히려 훨씬 많이 늘어났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은 2000년 22.4조원에서 올해는 39.5조원으로 늘었고, GDP와 국세 증가율을 감안하면 2030년에는 108.4조원으로 급증한다고 한다.

이것은 국회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치지 않아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세출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교부금법을 바꿔서 수요가 있는 만큼만 교육개정을 써야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에 있었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학교통폐합과 같은 세출 효율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며 “내국세가 늘면 교육재정 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현행 제도가 과연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곧바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학생 수 기준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을 고위관계자의 말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교부율 조정은 법개정 사항이어서 정치권의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 지난 15년간 학생 수는 22% 줄었지만 관련 교육예산은 76% 늘었다. 국회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치지 않아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방교육청들은 즉시 크게 반발했다. 오히려 교부율을 20.27%에서 25%로 확대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 반발은 교육청만의 일이 아니다. 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국가 예산을 수요자를 위해 쓰지 않고 공급자인 교원과 교육청관계자들을 위해 쓰고 있는 사례이다. 또한 이는 OECD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후진적 재정관리체계라 할 수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월, ‘증세 없는 복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그 때 필자는 학교 및 학급수 기준에서 학생수를 중심으로 교육재정교부금을 배분한다면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증세 없는 복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다음과 같이 근거를 제시했었다.

“2010년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및 국가보조금 합계는 32.6조원이다. 지방재정에서 9.2조원을 보태고, 고등학교 등록금 일부와 보충수업비 등을 포함해 학부모에게서 6.5조원을 걷어서 총 48.3조원을 교육에 썼다. 당시 초중고 학생 수는 728만명이었다.”

“2013년에는 초중고 학생수가 653만명으로 3년만에 75만 학생이 줄어들었다. 만약, 2010년의 학생 1인당 표준 공교육비 600만원을 기준으로 놓고, 3년간 물가상승률 및 인건비 상승률 등을 감안하여 2013년에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660만원으로 올린다면 적정할 것이다. 이 비용을 다시 653만명의 학생에게 적용한다면 43.1조원의 초중고 교육비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서 학부모 부담액 6조원과 지방정부 재정보조 9.2조원을 뺀다면 중앙정부 부담금액은 27.9조원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2013년의 중앙정부 교부금은 40조원이나 되었다. 따라서 12.1조원의 재정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세출구조조정은 교육부와 학교당국의 큰 반발을 불러오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이때 정치권이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무능한 국회, 국민적 신뢰가 없는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언론이 나서서 국민에게 묻고 국회를 압박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무리 불가능해 보여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의 복지예산도 큰 틀에서 조세재원과 사회보험으로 나누어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나 의료비 지출과 같은 선별 복지 예산은 조세 재원으로 지출하고, 국민 대부분이 속한 중산층의 안정적 생활과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사회보험으로 미리미리 준비하여 공동의 대비를 하게 해야 한다.

   
▲ 학생수에 따라 교육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교육재정 상의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학교통폐합과 같은 세출 효율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산재보험, 실업보험 등은 사회보험으로 중산층은 물론 국민의 대다수의 질병, 노후, 산업재해 및 실직으로부터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복지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세금이 아닌 사회보험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사회보험도 보험료는 차등 적용되지만, 혜택은 같거나 차이를 최소화 하는 방법으로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세인 것 같지만 조세는 아니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합의가 실패로 돌아갔다. 필자의 제안대로 사회보험과 조세재원에 의한 복지가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맺으며

지방 군 단위의 작은 도시에 있는 결혼식장은 장례식장으로 변경된 사례가 많다.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수요를 쫓아서 변경이 가능했다. 만약 시골의 결혼식장을 공기업 형태로 운영했거나 지자체가 직영했다면 지금도 텅 빈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충성의 원리를 도입한다면 지방자치도 제대로 실현하고 국가 예산의 세출 구조조정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본다. 지방자치의 근본목적은 주민의 공공복리 증진에 있다. 공공복리라 함은 교육과 치안 그리고 복지서비스가 포함된다. 국가는 국방과 외교통일에 그 권한을 집중하고 국가단위의 연구개발을 통한 경제 살리기와 사회간접자본 시설확충 등에 재정을 쓰고 주민의 공공복리는 지자체가 책임지게 해야한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한 ‘2016국가예산 세출조정방안 모색’ 토론회 전경. /사진=미디어펜

그러려면 지방자치정부가 이를 감당하도록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2에서 5:5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현행 8:2의 비율은 지방자치제가 아닌 중앙집권제도에서나 어울린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고치고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면 지자체에서 선심성으로 쓰는 예산도 대폭 줄일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예산이 잘 쓰여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예산을 잘 못 쓰면 지방정부가 파산되기 때문에 시민이 아닌 공무원이 먼저 나서서 예산을 절감하려 들 것이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