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녹색 분류 체계, 한국 상황에 맞게 설계된 것"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한화진 장관이 재생 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진=환경부 제공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국회 환노위의 환경부 국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원자력 발전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합할지는 현 정부에서도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가 녹색 분류 체계(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녹색 투자가 이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발언했다. 이에 한 장관은 "재생 에너지는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녹색 분류 체계는 '국가 공인 녹색 경제 활동 목록'인데 녹색 채권 등이 투자 기준이 되기에 중요하다.

이 의원과 기후 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1~8월 공공·민간 기관이 '녹색 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행한 녹색채권은 총 49건이고 3조9711억 원에 달한다. 이 중 9902억 원 어치에 달하는 24.9%(16건)는 액화 천연 가스 발전 사업을 위해 발행됐다. 태양광·풍력 발전 같은 재생 에너지를 위해서 발행된 녹색 채권은 15.2%(6건·6050억 원)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LNG 발전이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돼 재생 에너지에 갈 돈이 결과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까지 녹색 분류 체계에 들어가면 재생 에너지에 투자할 유인이 더 감소한다"고 부연했다.

현행 녹색 분류 체계상 LNG 발전은 '전환 부문'에 조건부로 포함돼있다. 전환 부문은 '진정한 녹색 경제 활동은 아니나,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환경 단체는 화석 연료인 LNG를 사용하는 발전이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된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의원은 최근 환경부가 원전을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하기로 함에 따라 부여한 조건이 유럽 연합(EU)에 비하면 약하다고도 지적했다. EU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가동을 위한 문서로 된 세부 계획'을 가진 원전만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는데, 국내에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과 처분을 위한 세부 계획과 실행을 담보할 법률 제정'으로 시한을 정해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세계 3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사가 유럽 기준을 충족한 원전만 친환경으로 보고 한국 원전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EU 녹색 분류 체계가 진짜 달러라면 우리나라 녹색 분류 체계는 가짜 달러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민주당 의원)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확보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원전 계속 운영 시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시점을 2031년으로 EU보다 6년 늦게 설정한 점을 언급했다. 전 위원장은 "환경부가 산업계·원자력계·경제계 이야기만 듣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우리의 녹색 분류 체계는 국내 상황에 맞춘 기준"이라며 "이달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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