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ㆍEV6 모두 판매 감소...인플레이션 감축법 8월 16일 시행
현지판매 전기차 100% 한국 생산...1대당 1000만 원 세액공제서 제외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내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지난달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판매는 1306대에 그쳤다. 이는 8월(1517대)보다 211대(14%)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 판매 역시 1440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8월 1840대보다 400대(22%) 줄어든 구모다. 지난 7월 판매는 1716대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 후 공포해 곧바로 시행됐다.

이 법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산 전기차와의 차별 논란과 함께 수출에 타격이 예상됐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공장을 건립 중인 현대차는 오는 2025년에야 공장을 완공할 것으로 예상해 현행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계속 유지될 경우 오는 2025년 이후에야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주요 입법 성과로 널리 홍보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함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타격은 당분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여러 경로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정을 요청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 행정부가 IRA 집행 과정에서 우리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단기간 내에 협의가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IRA 카드를 내민 만큼, 법안의 효과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 사정을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한미 간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답했지만, 미국 정부가 관련 협의에 나서는 시점은 중간선거 이후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미 아웃리치를 해서 될 일이면 유럽이나 일본은 그동안 왜 가만히 있었겠는가"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가 무엇보다 절실한 만큼 이때까지는 사실상 IRA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선거 이후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당장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IRA 체제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정의선 회장의 방미 목적은 'IRA 체제 하에서의 미국 판매 전략 수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가 연말까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전기차 모델(21개)에서 현대차·기아 모델은 모두 제외된 상태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한 우리 돈으로 1000만 원 이상의 손해를 안고 판매해야 한다. 현지에서 생산된 동급 전기차 모델들과의 경쟁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차 가격이 역전되는 경우도 발생 할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신차 효과가 한창인 가운데 6개월 이상 판매 차질이 빚어진다면 향후 IRA 수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판매 재개는 쉽지 않다.

판매 차질이 장기화되면 현지 딜러망 관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은 거대 시장에서는 딜러망 관리는 판매 전략의 중요한 일환이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불확실성 증대로 딜러들이 이탈해버리면 딜러망을 복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 이전까지 임시방편으로 기존 앨라배마(현대차)‧조지아공장(기아)의 라인 전환이나 최종 조립만 미국에서 하는 넉다운(Knock Down) 방식 등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설비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연내 적용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판매 방어를 위해 판매 프로모션과 딜러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IRA 조정 등의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딜러망을 유지하고 판매 공백을 메워야 한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을 5대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해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했만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는 마케팅 전략 변화는 정의선 회장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 회장의 이번 방미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IRA가 내년 이후에도 조정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단기 방편으로는 프로모션‧인센티브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면서 "정의선 회장이 현지 상황을 살펴보고 가장 적절한 수준의 판매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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