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항모 동원 한미일 대잠훈련 예고에도 탄도미사일 발사
5년만에 일본열도 통과 IRBM 시위, 정상궤적 발사로 위협 강화
장영근 “2017년 9월 정상궤적 시험 때보다 사거리 확장 추정”
박원곤 “핵사용 문턱 낮추기…속도전 볼 때 국면전환 가능성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4일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최근 열흘 사이 5번째 탄도미사일 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북한은 9월 8일 핵무력정책 법령을 공포한 이후 도발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5년만에 일본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했다. 주일미군과 괌미군까지 표적 대상으로 조준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우리군은 이날 오전 7시 23분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 방향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여㎞, 고도는 970여㎞, 속도는 약 마하17로 탐지됐다. 

북한은 지난 1월 30일에도 ‘화성-12’를 발사했으며, 당시엔 정상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 800여㎞, 고도 2000여㎞로 탐지됐고, 정점에 이르기 직전 최고속도가 마하16 정도로 나왔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15일에도 사거리 3700km, 정점고도 770km, 최대속도 마하 17을 기록한 화성-12의 정상궤적 시험발사를 시도한 바 있다”며 “이번에 동일한 화성-12의 상승 각도를 증가시켜 사거리도 증가시켰고, 탄두 중량을 감소시켜 사거리를 4500km 이상으로 확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 북한 노동신문이 30일 정권수립기념일(9월 9일) 74주년 기념행사와 이에 앞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사를 게재했다. 2022.10.4./사진=뉴스1

장 교수는 또 “상승 각도와 탄두 중량을 조절함으로써 정점고도와 사거리의 조정은 가능하며, 지난 5년 동안 액체엔진의 성능 최적화를 통해 사거리 성능도 일부 증진했을 개연성이 있다”면서 “비행시간도 이전과 유사하게 22~23분 정도로 추정되며, 일본열도 통과시간은 발사 후 약 6~7분 소요된 것으로 보아 단일의 백두산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까지 23번째이다. 지난달에만 단거리탄도미사일을 25일 평북 태천 일대에서 1발,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29일 평남 순천 일대에서 2발을 쏘았고, 이달 들어 1일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을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모두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시 ‘핵 질주’를 시작했다고 평가하면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괌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핵 탑재 미사일 능력을 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과 일본, 괌 등을 겨냥한 다양한 핵 탑재 미사일 능력을 개발 및 시현하고 있다”면서 “저위력 핵탄두(전술핵) 능력을 갖춰 한미일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도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게 한다. 결국 북한은 핵사용 문턱을 지속적으로 나춰서 한미일에 대한 위협을 극대화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한다” 고 말했다.

   
▲ 북한 노동신문이 30일 정권수립기념일(9월 9일) 74주년 기념행사와 이에 앞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사를 게재했다. 2022.10.4./사진=뉴스1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이 다시 핵 질주를 시작했다”면서 “이번 발사는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 대응 차원을 넘어서 핵능력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ICBM, SLBM, 7차 핵실험 등으로 연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그런 한편, 사실상 생필품 부족 등을 인정한 북한의 초조함도 반영된다. 5월 이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대내에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북한 상황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그렇다면 북한은 속도전을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한 이후 국면전환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 끝에 7차 핵실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영근 교수는 “통상 북한은 정치·외교 문제를 고려해 가능하면 고각발사를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수행해온 만큼 이번 중거리미사일의 정상궤적 발사는 그만큼 의도적으로 위협 수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교수는 “한미일이 이미 핵항모 전단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했는데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한미일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한미일은 북한이 핵사용 문턱을 낮추려는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을 사용하더라도 강력한 대응(massive retaliation)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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