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져 4개월여간 잠적했을 때 북한에서는 때 아닌 ‘김경희 사망설’이 돌았다고 한다.

마침 그해 9월9일은 북한 정권 수립일로 북한이 말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60주년이었다. 북한이 정권 수립일을 노동당 설립일인 10월10일보다 성대하게 치르지는 않지만 그해는 일명 ‘꺾어지는 해’인 만큼 김정일이 빠진 열병식을 상상할 수 없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리고 우리의 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동적위군의 열병식도 거행됐지만 조선중앙TV에서 김정일의 모습은 끝내 볼 수 없었다.

김정일은 그해 11월 말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왼쪽 다리를 절고 왼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뇌출혈을 앓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김정일의 와병설은 9월 중순까지도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극비 상황이었다. 그렇다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경희가 사망했다”는 말이 퍼졌다. 주민들도 실은 김정일의 건강이상을 감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차마 최고 지도자를 입에 올리지 못하고 대신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김경희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이 소문으로 간부들 사이에서도 베일에 쌓여 있던 인민보안부 정치국 10호실의 존재가 드러났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로 건설된 위성관제종합지휘소 내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 앞에 서서 말을 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5월3일 김 제1위원장이 새로 건설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평양 엘리트 출신 탈북자들은 “인민보안부에 수사국, 검찰국 등과 함께 정치국이 배치돼 있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정치국 10호실은 간부들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북한의 치안 유지와 강도, 살인 범죄를 단속하는 보안부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비밀스런 뒷조사까지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니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잠적 41일만에 재등장하기까지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들까지 사망·와병 등 각종 설들을 쏟아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북한의 인민보안부는 북한 전 주민들의 지문과 인적사항을 보존 관리하고 있다. 문서로 작성돼 자강도 강계시에 있는 지하 문서고에 보관돼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전산화시켰다.

보안부의 수사국 성원들은 ‘긴급 수사원증’이라는 신분증을 갖고 있다. 이 신분증에는 배와 기차를 비롯한 북한 내 모든 교통수단에 무료로 승차할 수 있으며, 출장명령서가 없어도 전국의 그 어느 지방이나 수사를 위하여 갈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비추어볼 때 보안부 수사국보다도 더욱 은밀하게 뒷조사를 벌이는 보안부 정치국 10호실이 갖는 권한은 더욱 막강할 것이다.

보안부 정치국 10호실은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성향과 동향은 물론 평소 내뱉는 발언까지 일일이 사찰한다고 하니 이런 감시 체제에 도저히 순응할 수 없는 탈북자들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