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도 북 6차 핵실험에 미와 말폭탄 이어갔으나 신경전 양상
지금 한미 군사행동에 맞춤 대응 조용한 실전 운용능력 보여 ‘심각’
尹, 9.19 합의 파기 질문에 “대응안 준비”…정부도 가능성 언급
전문가 “억제 압박보다 대통령의 공식 자제 메시지 발신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9월 9일 정권수립 74주년을 기해 핵무력 정책 법령을 공개한 이후 이틀에 한 번꼴로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의 핵항모가 출동,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이 실시되고 북한은 5년만에 일본열도를 통과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쏘아올렸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미국의 핵항모 동원 한미연합훈련 도중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미국도 이례적으로 한반도를 떠난 핵항모 뱃머리를 돌려 긴급 회항했다. 한미일 연합훈련도 처음으로 2주 연속 이어졌다. 이에 북한은 폭격기와 전투기 총 12대를 동원해 특별감시선 이남에서 이례적으로 편대비행 시위도 벌였다.

한반도에서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언급됐지만 북한과 미국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신경전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선제공격인 대북 ‘코피 작전’(bloody nose)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일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언론을 통해 일절 보도하지 않고 ‘침묵의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개발능력을 과시하던 행동이 사라지고, 기민하게 실전 운용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의 군사행동이 있을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는 맞춤형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고,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한에 대표단을 파견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2022년 북한은 다시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으로 올해 10월 16일 중국 당대회 이후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 사이에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보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5년만에 한반도에서 북한 핵실험 도발을 앞둔 강대강 대치가 심화되고 있지만 2018년에 맞았던 극전 반전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왔지만 이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사진=조선중앙통신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9.19 합의 파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보협력 3개국이 외교부, 안보실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대응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최악의 상황에선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9.19 남북군사합의를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면서 “북한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도발 강도를 봐가며 합의 효용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제로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마지막 완충장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지금 북한이 연쇄도발 중이지만 도발 패턴이 한미의 군사행동에 맞춤형 대응인 점을 주목하며 일단 위기수준을 높이기보다 신중하게 진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6월 당 전원회의,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북 적대시정책에 정비례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했던 ‘강대강 원칙’ 즉, 비례적 대응 가이드라인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은 의도적으로 도발 수위를 상승시켜 핵실험으로 가는 일방적 도발보다 한미 확장억제력 강화, 한미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등에 대한 억제능력을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정부가 2018년 9월 19일 체결한 남북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 근원이 되는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총격에 이어 최근 탄도미사일 도발까지 이어가고 있어 군사합의 실효성 논란을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먼저 남북 간 어렵게 합의된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해서 한반도의 상시적 위기를 초래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핵실험도 예고됐으나 이를 사전에 저지하기 위해 억제전략 차원에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기보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물밑접촉 시도 및 윤 대통령의 핵실험 자제 공식 메시지 발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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