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회사 서부발전, 늑장 실사…증거인멸·도주 등 포착
한전KPS, 45억원 종합설계용역 면허 없이 수십억 계약
[미디어펜=변진성 기자] 새만금 해상풍력 사업을 중국계 기업에 넘겨 7200배의 수익을 올린 지방국립대 S교수의 일가가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와 수십억원대 연구용역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은 2021년 11월 ㈜제타이앤디와 '국내 서·남해안 대상 고효율 해상풍력단지 개발(400MW ~ 1.0GW급 Site 발굴)'이라는 15억원짜리 연구개발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제타이앤디는 S교수의 동서가 대표이고 S교수 일가 소유의 ㈜해양에너지기술원이 지분의 100%를 보유한 회사이다. ㈜해양에너지기술원은 중국계 기업에 사업권을 넘긴 ㈜더지오디의 지분 40%를 갖고 있다.

   
▲ 한국서부발전 현장실사 확인서. /사진=박수영 의원실


현재 S교수는 협력사 임직원과 대학원생을 이용해 연구 인건비를 현금화햐 빼돌린 혐의로 업무상 횡령, 업무방해,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제타이앤디는 9월 7일 서부발전의 현장실사 결과 제타이앤디는 컴퓨터 분실 등 하드카피본이 없다는 이유로 증빙서류를 거부하고, 참여연구원들은 전원 퇴사, 현장실사에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발전이 확보한 서류는 고작 연구노트 일부와 지출결의서 2권뿐이다.
또한, S대 교수가 재직 중인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서부발전의 현장실사 확인서 서명 요구조차 거부하고 9월 15일 연구과제 포기 의향서를 제출했다. 

전북대학교와 S교수, 제타이앤디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을 도주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S교수는 한전KPS에 면허없이 설계를 하다 덜미를 잡혔다. 한전KPS는 2017년 10월 제타이앤디와 새만금 해상풍력 관련 45억원짜리 종합설계용역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종합설계는 발전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작업으로 양도·양수 계약은 S교수의 형이 대표로 있는 ㈜새만금해상풍력이 제타이앤디(구·기가스엔지니어링)와 맺은 종합설계 용역의 대금을 한전KPS가 지급하는 조건으로 EPC(설계·조달·시공)와 O&M(유지보수) 수행사 지위를 획득하는 계약이다. 

2차례에 걸쳐 대금 32억원이 지급된 후인 2018년 4월께 한전KPS는 용역을 맡은 ㈜제타이앤디가 엉터리이며 설계사 면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소명자료와 시정을 요구했다. 또한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준소비대차공증을 체결했다. 그러나 새만금해상풍력이 대금을 돌려주지 않아 법원에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하는 등 과정을 거쳐 원금 32억원과 이자 약 1억원을 회수했다.

박수영 의원은 "서부발전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 해당 사건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용역을 줬으면 제대로 검사하고 살펴봐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 사업리스크 심의위원회가 2차례나 열렸음에도 무능력한 유령 회사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번 기회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 한전과 자회사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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