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한미간 금리격차 확대에 금리인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환율과 물가의 상승 압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11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와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현재 연 2.50% 수준인 기준금리를 3.00%까지 인상하고, 다음 달 추가 인상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3%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이번에도 빅스텝을 밟으면 지난 7월에 이어 역대 처음으로 두 번째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동시에 4월과 5·7·8월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기록을 쓰게 된다.

빅스텝이 유력시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의 고착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6% 오르며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섰던 6월과 7월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일단 고물가부터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다 한미간 금리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00~3.25%로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연준이 11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이어 12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한은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데 그친다면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역전 폭과 같은 1.50%포인트까지 확대된다.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원화 가치도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크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 될 우려가 높은 데다 한미간 금리 격차가 벌어짐에 따른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등의 여파를 고려해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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