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한미 FTA·WTO 통상 규범 위배 소지 있어"
"한국 전기차·배터리·소재, 미국산 동등 대우해야"
   
▲ 구자열 신임 한국무역협회장./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 연기를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구자열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를 방문해 존 오소프 조지아주 연방 상원 의원과 팻 윌슨 경제개발부 장관을 만나 IRA에 대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했을 당시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조지아주는 자동차·자동차 부품·배터리 등 분야의 대미 투자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구 회장은 애틀란타에서 오소프 상원 의원에게 "한국의 제1위 투자 대상국이 바로 미국"이라며 “한국이 미국 첨단 산업 공급망 협력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10년 간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총 1235억 달러이고, 특히 2021년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역대 최대치인 27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구 회장은 "현대차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조지아주를 비롯,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달라"며 "IRA 시행 시기를 3년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IRA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해 한미 자유 무역 협정(FTA)과 세계 무역 기구(WTO) 통상 규범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소재 △부품에도 미국산과 같은 대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조지아주 상·하원 의원과 주 정부 차원에서 IRA 개정을 촉구한 것과 더불어 래피얼 워녹 상원 의원의 개정 법안 발의에도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을 만나 IRA의 유연한 정책 적용 필요성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우리 기업들의 원활한 투자 진출을 위해 좋은 인프라는 물론 숙련공 등 인력 수급도 매우 중요하다"며 현대차의 신규 전기차 공장이 조속히 건립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구 회장은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소재 기아 공장을 방문해 현지 자동차 부품 기업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면 서한오토USA 법인장은 "현지 공장의 원활한 가동과 직원 교육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 숙련공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난 9월 무협이 '한국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의 통과를 위해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조지아·캘리포니아 등 지역의 연방 상·하원 의원에 통과 촉구 서한을 발송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부연했다.

'한국 동반자 법안'은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를 연간 1만5000개 신설하는 내용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 국적의 전문직 인력에게 취업비자(H-1B)와 유사한 E-4비자를 발급할 수 있게 된다.

   
▲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구 회장은 간담회에서 "지난 5년간 우리 기업들이 밝힌 미국 자동차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부문 투자는 총 9건으로 7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며 "현대차·기아의 부품 협력사 비중이 높은 조지아·앨라배마주가 우리 대미 진출 기업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IRA와 CHIPS는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핵심 첨단 산업의 미국 내 제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조치가 향후 바이오·로봇 등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미국 투자 여건과 법률 등을 세밀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RA와 관련, 구 회장은 "미국 재무부가 세부 지침을 마련할 때 우리 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방안을 연구하고, 미국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의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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