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원하는 학교 한해 시행"…시도별 지침 달라 진보 교육감들과 대립각
반 "서열화·사교육 조장" vs 찬 "기초학력 미달 심각·학습 결손 더 이상 안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부활할 것이란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1일 국무회의 발언은 과거 정부에서 시행하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는데, 이를 앞으로 원하는 학교는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희망하는 학교만 자율평가'로 돼 있고, 이 방안대로 시행하는 것이다. 보도에 착오 없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학교 서열화 조장'을 이유로 폐지했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살릴 뜻을 밝히면서, 교육계는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일촉즉발 상황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이 지난 11일 오후 급히 입장문을 내고 위와 같이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 10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제45회 국무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강조했던 것은 '참여 가능성'과 '선택의 자유'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며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목에서 원하는 학교가 참여하도록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전수가 아니라 자율에 따른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기초학력보장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이 보고된다"며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학생별로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대통령실이 전날 밝힌 "윤정부 국정과제에 '희망하는 학교만 자율평가'로 되어 있다"는 설명 그대로다. 교육부 또한 브리핑을 통해 "일제고사 부활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원하는 학교에 한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문제 삼은 기초학력 저하로 분류되는 '미달'은 기본 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의미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정 시스템과 자율평가(학업성취도)를 연계하면 미달 가능성 있는 학생까지 정밀하게 지원할 수 있다"며 "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100%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아니고선 (평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앞으로다.

윤 대통령의 이번 선언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간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교육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좌파 교육감들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부산시교육청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신청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도 교육감 중 강원교육청·충북교육청·전북교육청 등이 기초학력 진단평가 개선방안을 내놓고 학력 신장과 교육격차 해소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교조 등 일부 교원단체에서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교원단체는 이번 윤 대통령 입장에 대해 양쪽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모든 학생이 참여해 강약점을 진단할 수 있는 평가체계 구축이 바람직하다"며 "학력진단을 '일제고사'로 폄훼해 거부하면 학습 결손을 누적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 정부에 대립각을 세워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기초학력 진단 도구를 전국적으로 획일화하고 사실상 학업성취도 평가를 준강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일제고사를 강행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터라 학교 현장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소재한 한 사립고교 교장은 12일 본보의 취재에 "성적으로 학교와 학생을 줄 세우겠다고 생각하면 평가를 전혀 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각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맞춤형 교육을 학교가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이번 소식을 환영했다.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인적 교육의 저해는 말도 안되는 언어도단"이라며 "학력 저하,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사실 앞에 무슨 소용이냐, 다 모든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공부하고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학교가 최대한 할 수 있는걸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내년 초에 이르기까지 학업성취도 평가를 둘러싼 교육계 현장의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 학교 선택에 따른 자율평가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교육평가 기조를 지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