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칩4 동맹·MSP·IPEF 등 대중 압박 수단 속속 마련
무협 "특정 품목 편중 구조, 품목 다변화로 해소해야"
황용식 교수 "한국 기업, 미국 경제 질서에 설 필요"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부터 본격 촉발된 미-중 양국의 무역 전쟁이 다방면으로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제정해 대중 압박을 해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금리 조정을 통해 환율 시장에 변동을 주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통상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따라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규모는 지난해 대비 21.5% 늘어난 2조 8311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 미-중 무역 전쟁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195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최대 수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전 세계 수입액중 약 13%를 차지한다. 최근 5년간 SSD·축전지·전기 자동차 등 신 산업 품목과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소비재가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한편 같은 기간 국가별로는 2018년 대중 추가 관세 부과로 촉발된 무역 전쟁 이후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의 점유율은 21.59%에서 17.84%로 3.76%p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6.73%까지 내려앉아 2008년 16.08%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018년 5620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2년 연속 4000억 달러대로 줄었지만 지난해 5401억 달러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늘어나며 지난해에는 대중 무역 적자가 3886억 달러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이유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빠졌음에도 중국의 빠른 경제 정상화로 미국과의 무역량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과 동시에 미국의 전체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역 전쟁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7년 16.6%에서 올해 상반기 13.5%를 기록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양국 간 무역 의존도를 낮춘 것에 기인하는데, 실제 중국의 수입 비중은 유럽 연합(EU) 2.2%p, 아세안(ASEAN) 0.7%p, 인도·대만은 각각 0.5%p 증가했다.

미국은 공급망 재편을 천명하며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5년 간의 미국 수입 시장에서 베트남은 1.61%p, 대만은 0.91%p 점유율을 늘렸는데, 한국은 같은 기간 0.3%p 상승해 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017년 714억 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까지 949억 2000만 달러로 증대됐다.

이와 관련,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IRA △미국 혁신 경쟁 법안(USICA) △미국경쟁법안(US COMPETES Act) 등을 준비하며 칩4 동맹·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동맹·파트너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 6./사진=미디어펜 김태우 기자

실제 미국은 정책적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을 늘려나가고 있어 지난해부터 한국산 자동차·배터리 수출량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점유율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도체·전자 기기·컴퓨터·부품 부문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1%p이상 상승하며 선전하고 있다,

정혜선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한국산 물품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점유율이 높아진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구조의 유사성을 고려해 경합 관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5년 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점유율은 2.23%p 하락한 반면 국산차의 점유율은 1.47%p 늘어나 경쟁력이 상승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한국산 승용차 수입 중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비중은 2021년 14.5%에서 올해 상반기 28.2%까지 가파르게 성장해 해당 차종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도체와 관련, 미국의 중국산 메모리 모듈 수입은 급감했지만 한국은 대만·베트남 등 경쟁국 대비 높은 점유율 상승폭을 기록해 경쟁 우위를 보였다.

한편 품목 다변화를 통해 특정 품목에 지나치게 편중된 수출 구조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중 분쟁 이후 아시아 주요국들이 미국의 중국산 수입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주력 품목 구조가 유사한 대만과의 경합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해당 주력 품목에 대한 편중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구조상 대만에 대한 경쟁우위 확보 여부가 대미 수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품목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조치들이 우리 주력 품목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호적인 통상 관계를 강화해나갈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국제 외교·안보 정세 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그룹·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 등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최근의 강 달러 사태를 보면 기축 통화의 위력을 재확인 한 셈"이라며 "글로벌 경제 중심인 미국의 편에 확실히 서는 편의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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