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강연서 "파급효과 더 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이 이달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0.5%포인트 금리 인상은 미국의 0.75%포인트 인상과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10%가 안 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60%가 넘어 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가 더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현행 2.50%에서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빅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해 "7~8월에 언급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의 전제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새로운 여건을 반영한 것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으나, 예상 밖의 환율상승으로 5~6%대의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은은 특정 수준의 환율을 방어하려 하지는 않지만,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것임을 감안해 5~6%대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7월과 달리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11월 미 연준의 결정과 OPEC+의 감산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움직임, 중국의 당대회 후 제로 코로나 정책 변화 가능성, 엔화와 위안화의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해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로 지난 4월 부임한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소회를 밝히며 포워드 가이던스로의 이행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0.50%포인트 금리 인상 이후 당분간 0.25%포인트 인상을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로 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장에 제시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7월에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미리 제시함으로써 한미 금리 역전 및 역전 폭 확대에 대한 기대 강화를 통해 환율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7~8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0.25%포인트 인상 기조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임을 조건부로 얘기했다"며 "이런 설명에도 7~8월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서약이나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왔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외 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어느 속도로 이런 관행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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