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되는 경기 침체로 TV 시장 불황 지속
EU 에너지 효율 강화 방침으로 엎친 데 덮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경기 침체로 TV 시장 불황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반기가 암울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올해 TV 출하량 목표를 하향조정하는 등 재고 소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9260만45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네오 QLED 8K' 제품을 참가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출하량 감소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옴디아는 올해 3분기 TV 출하량이 4902만3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37만4700대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실적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양사 모두 TV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TV 사업 실적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손익분기점(BEP)을 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분기에 TV 사업을 담당하는 HE부문이 28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했던 LG전자 역시 실적 반등의 여지가 없어, 3분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TV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TV 출하량 목표를 각각 4500만대에서 4200만대, 2400만대에서 2100만대로 하향 조정하고, 패널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TV 수요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3년 3월 1일자로 TV에 적용하는 에너지 효율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해 8K TV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8K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주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EU는 당초 4K TV에 적용한 기존 에너지효율 기준을 8K TV와 마이크로LED TV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강화된 규제를 적용할 경우 8K TV와 마이크로LED TV는 EU 에너지효율지수(EEI) 0.9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8K TV는 4K TV보다 이론상 4배 더 선명한 해상도를 낼 수 있어 전력 소비량도 훨씬 더 많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포함해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8K TV와 일부 고성능 4K TV가 EU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 3월까지 EU의 기준에 맞춰 8K TV의 소비 전력을 단기간에 줄이기는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요 부진이라는 과제와 함께 소비 전력 기술을 줄이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국면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EU의 기준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지며보는 수밖에 없다”며 “안 그래도 TV 수요 부진으로 어려워진 상황에 악재가 겹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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