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기예금 32조5000억원 증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대로 진입하며 은행의 수신금리가 빠르게 인상되자 시중 자산이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은행의 수신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9월 5일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할 추석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직후 은행권 예·적금 금리가 일제히 인상됐다. 이에 따른 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 예금은 32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 최고 금리는 연 4%대 중후반대로 향후 기준금리가 더 오를 전망이어서 연내 최고금리가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시중은행이 빅스텝을 반영해 예적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4.55%,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연 4.6%, 우리은행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 예금'의 경우 연 4.8%로 인상됐다.

적금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7%에 달하는 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우리은행의 '우리페이 적금'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7%의 금리가 적용되고, 농협은행의 'NH걷고싶은 대한민국 적금'은 연 7.1%의 금리를 적용한다.

한은이 다음 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수신금리 인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 인상(현행 연 2.5%→3.0%)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치솟는 물가 상승세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기준금리의 최종 상단을 3.5%로 보는 시장의 견해에 대해 "다수의 금통위원이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미국의 11월 12월 고강도 긴축이 유력시되면서 이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거세진만큼 한은이 내달 또다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앞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만큼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며 "저금리 당시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던 돈이 은행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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