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까지 추가접수…"소득, 주택가 상향" 지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 17일 안심전환대출 접수를 마감했다. 신청률은 15% 대에 그쳐 사실상 '흥행 참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품 설계 당시부터 비현실적인 소득기준과 주택가격 등을 신청요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신청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평가다. 

19일 주금공에 따르면 제3차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19일 차인 지난 17일까지 누적 신청 건수와 금액이 각각 3만 7412건, 3조 8289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가 이 상품 공급액으로 편성한 25조원에 견주면 신청률은 약 15.3%에 불과하다. 주금공으로 접수된 건수와 금액이 각각 1만 9536건, 2조 1053억원이었고, KB국민·IBK기업·NH농협·신한·우리·하나 등 6대 은행이 각각 1만 7876건, 1조 7236억원을 기록했다.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 17일 안심전환대출 접수를 마감했다. 신청률은 15% 대에 그쳐 사실상 '흥행 참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품 설계 당시부터 비현실적인 소득기준과 주택가격 등을 신청요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신청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안심전환대출은 주요 은행권에서 변동형·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 상환으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달 15∼30일 주택가격 3억원 이하의 1주택자만을 신청대상으로 받았고, 지난 6일부터 주택가격 기준을 4억원으로 상향했다. 부부일 경우 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라면 신청할 수 있다. 대출한도는 기존 대출 잔액 범위 내에서 최대 2억 5000만원까지다. 

대출금리는 최저 연 3.7%에 불과해 요즘과 같은 고금리 시기에 최적의 옵션으로 꼽힌다. 일반의 경우 대출기간에 따라 10년 연 3.8%부터 30년 연 4.0%까지 형성돼 있다. 만 39세 이하,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청년층은 10년 연 3.7%부터 30년 연 3.9%까지로 금리가 형성돼 있다. 

일반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급등하면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의 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같은 날부터 0.44%포이트(p)씩 올랐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4.65~6.05%에서 하루만에 연 5.09~6.49%로, 우리은행은 연 5.24~6.04%에서 연 5.68~6.48%로 각각 상승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7일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 대비 0.44%p 오른 3.40%라고 공시했다. 10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은이 최근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을 단행한 만큼, 다음달 공개되는 10월 코픽스도 한층 치솟을 전망이다. 현재로선 변동금리형 주담대 상단이 연 8%를 기록하는 건 시간 문제인 셈이다. 

하지만 정책상품의 까다로운 요건은 대환을 희망하는 대출자들을 좌절케 하고 있다. 이는 지난 17일 실시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최준우 주금공 사장에게 "9월부터 3차 안심전환대출을 시작 중인데, 집행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사장은 "주택가격·소득기준 등의 문제일 수 있지만, 금리가 상승 중에 있는 과정에서 (대출자의) 금리조정주기가 도래하지 않다 보니 (예비 접수자들이) 대환을 꺼리고 있다"며 "일부는 이 금리가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당초 생각보다 더 저조하게 나오고 있다"고 답했다. 

최 사장의 해명에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리 조정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수요자들 요구에 맞지 않으니 (다른 조건의)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정책 수요예측에 대한 실패를 수요가 없다고 하면 시장 요구에 적절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가격 4억원 이하 매물현황은 서울 2.0%, 경기 15.6%, 인천 5.5%, 부산 7.3%, 대구 5.2% 등에 불과하다. 서울 등 수도권에 잔존한 4억원 이하의 매물이 누구나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닌 만큼, 주택가격 등 수용조건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도 "지난 3년간 평균 주택매매가가 약 39% 상승했고, 올해 8월 말 평균매매가가 4억 2018만원이었다"며 상품 설계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주금공은 이달 말까지 신청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다음달 7일부터 주택가격을 올려 2단계 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택가격 상한선은 미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1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안심전환대출의 부부합산 소득과 주택가격 기준을 일부 현실화해야 신청률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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