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국내조선업계가 선택한  생존전략은 특허기술 확보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반토막난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특허기술을 앞세워 수주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 미국 샌디에고 나스코 조선소에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열린 천연가스 추진선박의 명명식 모습. /사진=나스코 조선소 제공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중공업은 1만2440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9117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3089건을 등록했으며 삼성중공업은 현재 5009건을 등록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 조사를 보면 4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5척, 17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으로 전달에 비해 3척, 44만CGT 줄어들었다. 1월부터 4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815만CGT로 전년 동기의 1955만CGT에 비해 41.7%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이 위축되면서 아직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별 누적 수주실적(1~4월)을 살펴보면 한국이 353만CGT로 1위, 일본이 177만CGT로 2위, 중국이 171만CGT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의 CGT 기준 점유율은 올 2월부터 3개월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의 압도적인 점유율은 경쟁력있는 특허기술이 원동력이다.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한 국내 조선업계의 애환이 담긴 특허기술들을 들여다봤다. 

최근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전세계적인 환경규제로 인해 모든 산업분야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들도 이에 발맞춰 친환경선박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4년간의 개발기간 끝에 지난 2011년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 (Fuel Gas Supply System, FGSS) 개발’을 완료했다.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는 독일 만디젤(MAN Diesel & Turbo) 사와 천연가스 추진 선박 기술을 공동개발로 이뤄졌다. 만디젤 사가 ME-GI 엔진 (MAN Electronic Gas-Injection Engine)을 개발하고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장치 (자동차의 연료분사기에 해당)는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하는 방식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LNG 연료공급시스템을 활용해 지난 해 총 20척 41억달러(4조5000억원) 상당의 천연가스 추진 선박을 수주했고 올해도 현재까지 6척의 LNG선을 따내는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는 지난해 10월 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기계 기술에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고압가스 연료공급시스템 관련 자사 보유 특허 중 105건을 중견∙중소 조선 기자재기업들에게 무상 공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천연가스 추진선박의 세계 시장 규모는 향후 연간 10조원 가까이 증가, 8년간 누적 시장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의 특허받은 친환경 선박 기술은 세이버 핀(SAVER-Fin)이 대표적이다.

세이버 핀은 선박 외판에 장착하는 구조물로 선체 주변 물의 흐름을 제어해 선박 운행에 소요되는 연료를 줄여주는 대표적인 연료저감 장치다.

이 장치를 장착한 선박에서는 최대 5% 가량 연비개선 효과와 선체 진동도 약 5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이 1년간 사용하는 유류비는 선박 가격의 20~30%에 달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간 사용 유류비용 400억원 중 5%를 절감한다고 하면 선박 1척당 20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하는 셈이다.

이 장치는 구조적 안정성과 적용성이 뛰어나 다양한 종류의 선박에 부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대형 유조선뿐 아니라 LNG선, 컨테이너 운반선 등 모든 일반 상선에 장착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ㆍ저장시설(LNG-FPSO) 독자 모델인 '현대 FLNG' 개발에 성공했다.

LNG-FPSO는 심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정제해 액화시킨 다음 이를 영하 163도에서 저장하는 설비다.

현대 FLNG는 길이 355m, 폭 70m, 높이 35m 규모로 축구장 크기의 3.5배에 달한다. 연간 25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고 최대 19만3800㎥를 저장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LNG 화물창, LNG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엔진, 연료공급 시스템 등 친환경 고효율 선박의 시장 추세에 맞춰 이와 관련된 기술의 특허 출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LNG 연료추진 선박에 대한 특허를 70여건 출원했으며 LNG 연료 공급장치에 대한 특허도 240건 가까이 보유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술개발과 연계한 특허활동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현대중공업만의 고유 기술개발을 통해 외국에 지출되는 로열티를 줄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주경쟁력도 더 높여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어두운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의 생존이 특허기술에 달린만큼 특허분쟁으로 인한 잡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에게 제기한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 (Fuel Gas Supply System, FGSS)’ 관련 특허무효심판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승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