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서해상 해상완충구역 안에 100여발씩 8차례 포사격
우리군 호국훈련에 한미 공중연합훈련 예정, 북 더 큰 반발할 수도
南 먼저 파기하면 정치적 압박 및 한미 정찰 개시로 위협 가능
전문가, "합의 고수하고 합의준수로 대북 압박이 더 이익" 지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이틀에 한번 꼴로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던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동·서해상 해상완충구역 안에 포병사격하는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9.19 합의 폐기 주장이 나왔고, 정부도 그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2018년 9월 2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나온 것으로서 그해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GP 시범 철수 같은 조항들이 담겼으며, 남북 육해공 접경지역에서 완충구역을 설정해 우발적 충돌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북한은 19일 낮 12시 30분쯤 서해 완충구역으로 100여발의 포병사격을 감행했으며, 이에 앞서 18일 오후 10시쯤 동·서해 2곳에서 완충구역으로 250여발 포격했다. 또 14일 오전 1시20분쯤과 오후 5시에 총 5곳에서 동·서해 완충구역으로 총 560여발을 포격하는 도발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14일 SNS에서 북한의 포사격을 규탄하며 “우리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우리군의 사기만 낮추는 9.19 군사합의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2일 SNS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지난달 미국의 핵항모가 부산항에 입항했을 때부터 이달 초까지 북한은 이틀에 한번꼴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무력시위를 벌였고, 여권에서 먼저 9.19 군사합의 파기 카드를 내보였다.  

이에 따라 7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정부여당에서 9.19 군사합의 파기 문제가 논의되는데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이 나왔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엄중한 지금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질 경우 정부로서도 여러 옵션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 바 있다.
 
   
▲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2022.10.10./사진=뉴스1

하지만 정부로서도 남북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한 9.19 군사합의를 먼저 파기하는 것에 부담이 있어보인다. 북한이 완충구역에서 계속 도발 수위를 올린다면 이 합의는 결국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먼저 파기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우리정부가 먼저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다고 선언할 경우 북한에 강력한 압박 메시지가 될 수는 있다. 또 완충구역에서 중단된 한미 공군의 정찰 활동 및 우리군의 해안포 사격훈련 등을 재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9.19 합의를 파기한다면 결국 추가 도발할 명분을 쌓고 있는 북한에 도움을 주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에 의한 우발적 충돌 위협이 커지고 그 피해는 남한 몫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북한과 새로운 합의를 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기존 합의를 최대한 고수하고, 그 합의를 준수하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19 군사합의나 비핵화 공동선언 등 남북 간 체결된 합의를 지키는 것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기 위해서나 명분을 갖기 위해 필요하다”며 “북한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면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도덕적 우위에 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9.19 군사합의 내용을 보면 북한에 대해 약속한 것을 지키도록 압박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먼저 이 합의를 파기했을 경우 또다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지금 유명무실해진 느낌이 있지만 기존 합의 틀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빌미가 됐던 우리군의 호국훈련이 17~28일까지 진행되고, 북한이 최근 포사격 구실로 삼은 미군의 다연장로켓훈련은 이번주인 21일까지 예정돼 있다. 아울러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우리군의 F-35A, F-15K, KF-16 등 140여대와 미측의 F-35B, F-16 등 100여대가 참여하는 한미간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이 국내 상공에서 진행될 예정이어서 북한의 더 큰 반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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