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성장, 양극화는 반(反)기업투자 정책 때문
   
▲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요즘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마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듯하다. 개발연대의 피나는 노력으로 20-30년 만에 중소, 중견기업에서 세계적 기업들로 성장하며 한국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온 대기업들이 지난 30여 년간 온갖 규제 속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기업들인 것처럼 국민들로부터 천대를 받아왔다.

소위‘반(反)대기업 정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요즘, 대기업들의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성과가 예년 같지 않고, 적지 않은 총수들이 불법·탈법으로 법의 제재를 받는 사례가 생기고, 경영권 인수를 준비하는 일부 3세들의 불미스런 행태와 이들의 역량에 대한 회의 등으로 인해 우려스런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라 할 대기업들이 이렇게 국민들의 여론으로부터 또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고 있음은 한국경제를 위해서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다. 필자는 오늘날 한국경제의 저성장과 소득 양극화 등 각종의 불균형 현상의 만연이 바로 그 동안의 잘못된 기업정책에 연유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대기업 규제정책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전환이 없이는 한국경제의 회생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소위 재벌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1. 자본주의 경제는 기업경제다

1) 기업의 성장이 경제성장의 원천이다

경제성장과 발전이라 부를 수 있는 소득의 향상과 부의 창출을 이룬 인류의 경제발전사는 오직 지난 200여년에 불과하다. 그 이전의 수천년을 인류는 농경사회에서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농경사회속의 인류는 모든 인생의 경제적 성공과 실패를 토지에 의존해서 살았다. 한정된 토지와 낮은 농업노동생산성 하에서 소위 ‘말사스(빈곤)함정’을 못 벗어났다.

그러던 인류는 18세기 중반~19세기 초에 걸쳐 자본주의적 기업인 주식회사라는 놀라운 사회적 기술을 발명하여 산업혁명에 성공하면서 오늘날의 산업사회, 지식기반사회를 일으켰다. 이제 우리 모두는 삶의 성공과 실패, 중산층이 되느냐 마느냐의 운명을 기업에 맡기고 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경제적 삶의 바탕으로서 토지를 대체한 것이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의 비중이 경험적으로 한 자리 수, 그것도 대체로 5% 이하로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자본주의 경제를‘기업경제’라 부른다. 성공한 경제와 실패한 경제의 차이는 바로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많이 키워 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오늘날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국민총생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바로 기업이라는 크고 작은 조직과 개인의 부가가치창출의 합이라는 사실, 그래서 저성장이란 단순화해서 보면 바로 기업부문의 부가가치창출 능력 저하와 같은 의미가 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자본주의경제를 기업경제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에는 수출은 열심히 지원하면서도 경제력집중 청산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균형발전이니, 지역균형발전이니 하여 대기업투자규제,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막는 수도권규제 등 중소기업과 지방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규제가 만연되면서 수출대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게 되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 기업이 바로 중산층의 바탕이다

이렇게 발명된 기업은 이제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과 복지의 책임자 역할을 한다.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바로 복지의 원천인 것이다. 좋은 기업에 일자리를 확보하느냐 마느냐가 바로 중산층 도약의 갈림길이 된 것이다. 기업이 바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핵심 동력인 셈이다. 그래서 기업의 고용창출능력이 저하되는 경제는 바로 중산층의 몰락을 통해 농경사회와 같은 모두 가난한 사회로 진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실패한 사회주의가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건설한다고 모든 자본주의적 기업을 폐지, 몰수함으로써 바로 모두가 평등하지만 하향 평준화되어 다 같이 빈곤해지는 농경사회로 역주행 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새로운 창업도 없으면 경제는 성장하지 않고 일자리 창출이 멈추거나 줄어들 것이며, 이에 따라 중산층은 무너지고 경제가 하향 평준화되면서 소위‘경제양극화’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소득원이 없으니 가계부체가 증가하고, 일자리 전망이 없으니 청년들이 결혼을 할 수 없어 애를 낳지 못하니 출산율이 떨어져 고령화 사회가 되고, 소득원이 없으니 총수요가 정체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기업성장이 정체되면 중산층은 무너지고 양극화는 심화된다.

3) 기업은 적자, 가계는 흑자가 정상적인 자본주의 기업경제다

더구나 자본주의 기업경제의 특징 중의 하나는 투자주체인 기업은 적자부문이 되고 가계는 흑자부문으로서 저축을 통해 기업에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모습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기업부문과 가계부문의 경제적 기능을“기업은 적자, 가계는 흑자부문”이라고 분류하는 전통적 방식이 되었다. 이런 경제에서 만일 기업의 투자활동이 위축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업의 투장활동 위축이 일자리 창출기능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 방향의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투자수요가 축소되는 기업은 점차 적자에서 흑자부문으로, 일자리가 온전치 못해 소득이 충분치 못한 가계는 저축여력이 없어 흑자에서 적자부문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소비수요의 감소와 저축의 감소가 일어나고 이는 결과적으로 다시 기업투자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경제규모의 축소조정을 가져오는 경제정체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소득 불평등, 저출산, 가계부채와 재정적자, 그리고 국가부채의 증가, 총수요의 부족 등의 모든 문제가 바로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과 복지의 원천인 기업의 투자마인드와 일자리창출 능력의 저하에서 오는 것이며, 이것이야 말로 바로 자본주의 기업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대표가 '갤럭시S6'와 '갤럭시 S6 엣지'를 소개하는 모습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 세계 경제의 정체, 기업의 성장의욕 상실이 원인이다

1) 기업의 성장유인,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성장하는 기업이 대접받음으로써 동기가 부여되어 성장의 유인이 충만해지고, 새로운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가능해진다. 정부의 정책은 물론 경제내의 각종 제도적 유인구조가 신상필벌의 시장원리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여 남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개인이나 기업에 유리하게 되어있어야 더 훌륭한 개인이나 기업이 더 많이 생기고, 경제 또한 역동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이러한 성장의 유인이 차단된 경제는 정체를 피할 수 없으며 재정금융정책으로 돈을 풀어봐야 잠깐 반짝 경기가 살아날지는 모르나 결국 원래의 무기력한 정체국면으로 회귀하게 된다. 기업이나 국민들이 자조(自助)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미래를 개척해 나갈 유인이 사라진 나라는 결국 사회주의가 망한 것처럼 하향평준화를 피할 길이 없게 된다.

2) 전후 세계경제운영의 패러다임, 기업의 성장유인 차단과정이었다

전후 세계 자본주의경제하의 국가들은 사회주의권과의 대립 속에서 수정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경제평등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각종의 유사 사회주의적 제도와 정책들을 도입하였다. 그래서 경제사회의 균형발전이념이 보편화되어 대도시권성장규제를 통한 지역균형발전, 기업의 성장의욕을 꺾는 노조의 과도한 정치세력화와 함께 노조의 경영참여로 기업경영권을 제약하는 경영민주화의 진전과 법인세의 지속적 인상, 개인 간의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재분배 강화와 고율의 부유세 부과, 국민 모두의 인적자본 향상이라는 명분하에 수월성을 결여한 교육으로 고학력자 양산 등 경제·사회적으로 균형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해 왔다.

이러한 경제, 사회, 지역, 기업생태계 등 국민생활 모든 부문에 걸쳐 균형, 평등, 분배정의 등등 기업들과 개인들 간의 경제적 결과의 차이를 없애려는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도입은 그 명분이 어떠하던 각자가 이룬 경제적 성과와 그 보상간의 괴리를 가져오고, 결국 이들의 성장과 발전의 의욕과 동기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가 열심히 노력하여 이룬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열심히 일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제2차 대전 후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선·후진국 구별 없이 걸어온 경제민주화와 사회민주주의의 길이다.

3) 칼 마르크스의 반(反)대기업 정서가 문제의 원인이다

이런 유사 사회주의 이념에는 칼 마르크스의 반(反)대기업 정서가 뿌리박고 있다. 단순화해서 보면, 그는 자본주의적 대기업의 등장을 바로 자본과 노동의 계급투쟁과 소득불평등의 기원이라고 본다. 물론 그는 대기업이 결국 자본주의 소멸을 자초할 것이라고 잘못 예고하기도 하였지만, 이 관점에 의하면 자본주의적 기업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이다. 대기업이 없는 사회가 바로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라는 논지이다. 그래서 이런 이념에 따라 자본과 노동을 대립적 관계로 해석하여 노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등 열심히 정치와 경제를 운영해왔더니 세상은 이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껏해야 0에서 1~2% 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북한을 제외하고 사회주의 체제는 사라졌지만 반(反)기업적이고 반(反)시장적인 사회주의 이념은 여전히 사회민주주의 혹은 수정자본주의 체제를 통해 경제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원천인 자본주의적 기업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한 세계 경제회복의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도 이에 예외가 아니다.

   
▲ 한국 대기업부문의 가장 본질적 경제문제는 너무 크다는 것도 아니고, 문어발도 아니고, 가족지배도 아니고, 총수의 쥐꼬리만한 지분도 아니고, 사실상은 업종을 서로 분할한 체 시장독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의 규제정책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3. 한국경제의 어려움, 잘못된 기업정책 때문이다

1) 개발연대, 역사상 최고의 동반성장경험은 친 기업투자 정책 때문이다

한국은 개발연대 기업의 성장을 무기로 하여 인류 역사상 최고의 동반성장을 이룬 나라였으나, 오늘날은 기업의 역량과 의욕이 감퇴되면서 장기성장 추세하락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먼저, 한국경제의 한강의 기적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보자. 개발연대에는 국가가 항상 수출우수기업을 우대하여 지원하면 이들 기업들이 수출수익을 그대로 국내로 환원하여 내수투자에 나서고, 이것이 나아가 일자리창출, 중소기업에 대한 수요증대로 기업성장과 신기업의 창업, 나아가 서비스업 수요증대까지 유도하니, 결국 중산층이 늘어나고 소득분배도 개선되어 온 경제가 수출하나로 모두 동반성장하는 선순환 “행복경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수출총력지원이 기업의 국내투자를 이끌면서 국내경제의 동반성장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성장하는 기업들이 바로 한강의 기적과 동반성장의 선순환을 이끈 것이다.

2) 지금의 저성장, 양극화 진전은 반(反)기업투자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에는 수출은 열심히 지원하면서도 경제력집중 청산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균형발전이니, 지역균형발전이니 하여 대기업투자규제,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막는 수도권규제 등 중소기업과 지방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규제가 만연되면서 수출대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게 되었다. 더구나 민주화바람을 타고 노조가 무소불위의 전투적 기득권 노조화되어 국내기업의 해외 탈출을 조장하고 외국인투자를 막아 국내투자 신장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투자가 정체, 감소되면서 그 동안 수출과 내수 간의 동반성장의 선순환구조가 차단되고, 저성장과 일자리창출 정체로 중산층이 축소되면서 소위 소득양극화 등 온갖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할 역량이 있는 기업은 이제 국내가 아니라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는 국내투자 공동화 현상이 만연되게 된 것이 지금 한국경제문제의 원인인 것이다.

 

4. 기업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국경제 재도약 가능하다

1) 기업의 크기, 분야, 입지에 따른 투자규제 철폐가 해법이다

이렇게 보면 해법은 어렵지 않다. 투자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국내투자 규제를 과감히 풀고, 노조의 전투성을 완화시키고, 수도권 규제를 풀고, 나아가 기업의 규모와 사업 분야, 입지에 따른 차별적, 즉 정치적 규제를 다 걷어내어 모든 기업들과 이들의 투자가 차별 없이 법 앞에 평등한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해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한국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는, 특히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방법 밖에 다른 해법 - 대기업을 다 청산해서 같이 농경사회로 돌아가지 않는 한 - 은 없어 보인다.

2) 올바른 경제적 사고가 필요하다: 대기업 행태는 독점적 경영환경 조장하는 정부규제의 탓이다

대기업투자 규제완화에 대한 핵심 반론은 경제력집중 문제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대기업경제력집중 규제정책의 맹점은 바로 대기업의 투자와 성장자체를 규제함으로써 기업의 성장유인을 차단하여 결국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나아가 자본주의경제의 동반성장의 선순환구조를 차단해왔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경제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경제학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동반성장의 선순환구조를 회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우선, 경제현상을 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잘못된 경제해법은 경제력집중이 되면, 다시 말해 기업이 성장해서 독점력이 생기면 상황에 관계없이 항상 그 힘을 남용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기업은 그 힘의 행사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에만 행사하지 무턱대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경제력이 있음과 이를 남용하고자하는 유인은 별개이다. 돈이 많다고 다 길거리에 내다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자기에게 (예컨대 마케팅 차원 등에서) 도움이 될 때만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독점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말은 내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정치경제적 시각에서는 이런 힘은 결국 정치와 결탁되면서 정경유착이 되고 로비를 통해 정부의 힘을 이용하여 다른 기업들이 자기업종에 진입할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기업들이 커지면 항상 이런 일들을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잘못된 경제학의 가정인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판단은 이 모든 행동이 바로 주변 환경, 즉 인센티브구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판단에 따라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같은 업종에 다른 경쟁상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 없더라도 주변에 혹은 해외로부터라도 업종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경쟁자가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만일 현재, 혹은 잠재 경쟁자가 존재할 경우 가격의 인상이 새로운 진입자를 유인하게 된다면 삽시간에도 구매자를 잃을 가능성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독점경제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정부의 규제가 다른 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하여 기존의 독점자를 보호하고 있다면 응당 독점력 행사는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인 문제는 정부의 규제나 보호 정책들이 기존기업들의 영역을 보호해주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해진다. 여기서 정경유착의 문제가 관련이 되는데, 어떤 이유로든 정부가 특정기업을 위해 의도하든 안 하든 다른 기업의 진입을 막아 외부로 부터의 경쟁압력을 차단하지만 않는다면 경제원리 상 독점경제력이 있는 기업의 경제력 남용은 크게 제어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원리는 대기업의 가격정책뿐만 아니라, 예컨대 여타 소위 골목상권 진출문제, 연관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거래관계, 심지어 경영권의 안일한 세습승계문제나 기업가정신의 쇠퇴문제 등에도 다 적용이 된다. 내가 경제력이 있고 다른 경쟁자가 없으니 무슨 일이든 내 멋대로 하고 그리고 혁신 없이 기존 사업에 안주해도 내가 망할 가능성이 낮은 경제 환경 하에서는 물론 그렇게 행동할 것이지만, 반대로 그렇게 할 경우 내 생존이 위태롭게 되는 환경 하에서는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대기업과 그 연관부문에 분야와 지역, 기업의 크기를 가리지 말고 진입의 문을 활짝 열어 서로 간에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시장경쟁 친화적 접근만이 기업의 성장유인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경제력집중 남용의 유인을 최소화하여 기업성장과 일자리창출 그리고 국민경제의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자본주의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살려내는 길이 된다.

   
▲ 한국경제문제의 해법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대기업 부문 전체에 경쟁압력과 성장의 유인을 강화하는데 있다. 결국 지금보다도 더 많은 대기업을 창출해 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3) 정부의 진입규제가 대기업 문제와 한국경제 문제의 원천이다

그럼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놀라운 것은 바로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완화한다는 규제가 오히려 대기업의 독점력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전락하여 경제력집중을 남용할 유인은 오히려 강화시키면서 성장의 유인은 차단함으로써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인 저성장과 동반성장구조 차단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확장을 막는 투자규제는 문어발 규제라는 업종 전문화형 규제와 맞물려 대기업들의 상호진입을 차단하여 기존 주력업종을 독점화시켜 주고 그 업에 안주하도록 보호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력집중 규제가 대기업부문에 경쟁을 차단하여 독점력을 강화시켜줌으로써 오히려 경제력 남용을 더 용이하게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배태될 수 있는 행태가, 다 그렇다 할 수는 없겠지만, 바로“독과점가격”,“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해위”, “골목상권 침해”,“경영권 세습”등 소위 불합리하다고 여론의 질타를 받는 대기업 행태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을 완화하려면 - 아예 대기업을 청산하지 않는 한 100%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지만 - 올바른 경제학의 입장에서 대기업 부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4) 대기업을 청산하려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대기업이 생기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이상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대기업부문의 가장 본질적 경제문제는 너무 크다는 것도 아니고, 문어발도 아니고, 가족지배도 아니고, 총수의 쥐꼬리만한 지분도 아니고, 사실상은 업종을 서로 분할한 체 시장독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의 규제정책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대기업 부문의 문제는 소위 “재벌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인 셈이다. 따라서 새로운 해법은 보다 더 많은 대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더 많이 생기도록 정책을 쓰는 것이 삼성을 규제하여 규모를 축소시키려는 정책보다 더 경쟁 친화적이고 성장유인 친화적이고, 따라서 더 일자리 친화적이고 발전 친화적이다.

5)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기업정책의 새로운 방향

① 투자규제와 진입규제 철폐로 기업의 성장유인을 극대화해야 한다

올바른 경제학이 시사하는 한국경제문제의 해법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대기업 부문 전체에 경쟁압력과 성장의 유인을 강화하는데 있다. 결국 지금보다도 더 많은 대기업을 창출해 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로 소위 대기업 문어발 규제와 각종의 투자규제를 풀어 대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을 촉진하고, 둘째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수월성 위주로 전환하여 중소좀비기업들을 구조조정하고 중소기업들 간의 M&A를 활성화하여 역량있는 중견기업들이 대기업부문으로 성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더 많은 대기업들을 창출하고, 셋째로 해외 기업들의 국내진출을 더 용이하게 하고, 필요하면 국내독점분야에 동종 해외기업들을 기획·유치하여 강력한 잠재경쟁자 그룹을 조성하여, 대기업 부문에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시장경쟁압력을 창출함으로써 대기업의 잠재적 실패가능성을 높여 자칫 함부로 힘을 남용하면 오히려 경쟁자에게 잡힐 수 있다는 시장신호를 끝없이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의 성장유인이 살아나 경제의 성장동력을 살려낼 수 있고, 동시에 경제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되는 셈이다. 이 정책은 궁극적으로 대기업간의 경쟁 활성화로 대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경제력 남용유인을 낮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수요증대와 대중소기업 거래관계개 선에도 도움이 된다. 대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기업의 원청업체 선택범위가 늘어남으로써 함부로 중소기업을 착취할 수도 없게 된다. 더구나 이 정책은 대기업들의 2~3세 경영권 세습의 실패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이를 보다 신중하게 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주력사업부문에 경쟁이 심화되면 골목상권 기웃거릴 여유도 생기기 어렵지 않겠는가.

명심해야 할 것은 대기업이 그 힘을 남용할 유인을 제거하면 되지 그 투자와 성장 자체를 규제하면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해온 것처럼 경제력집중 문제는 해결 못하면서 기업의 투자와 성장유인만 차단하여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새로운 정책은 차단되었던 자본주의 동반성장의 선순환구조를 살려냄으로써 지금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천은 어려워 보인다. 올바른 경제학에 대한 이해도 모자랄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에 빠진 오늘날 정치지도자들 중 어느 누가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올바른 지도자를 못 갖는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② 대기업들과 학계가 할 일은 무엇인가?

왜 우리나라 기업들이나 경영학계는 허구한 날 외국사례들로부터 경영노하우를 배우느라 야단인가? 반세기만에 중소기업에서 세계굴지의 기업들로 성장한 한국기업들의 성공DNA는 쓸모가 없는 것인가? 인류 경제발전사에서 이런 기업성장의 기적을 이룬 예가 얼마나 있는가?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은 한국의 척박한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일어선 신화 같은 얘기에서부터 2세~3세로 이어지는 경영노하우의 진화 얘기를 국민들과 학계와 정치인들과 심지어는 재벌청산을 외치는 좌파지식인들과도 당당하게 나눌 수는 없는 것일까?

대기업의 CEO들은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자신들이 하는 방식의 정당성도 주장 못하고, 대기업정책의 문제에 대해 나름의 주장을 못하는가? 정부의 힘이 너무 세서, 아니면 약점이 너무 많아서, 아니면 괘씸죄가 걱정되어서인가? 아니면 학문적, 사상적 사대주의에 빠져 외국 것 앞에는 죽을 못 쓰는 우리의 고질병 때문에 “외국기업은 안 그런데 재벌은 왜 그래!”하면 주눅이 들어서인가?

신제도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경영은 그 사회 특유의 문화 등 경제제도의 산물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기업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란 경제학의 완전경쟁모형처럼 사회제도적 맥락이 사상된 진공속의 모델에 불과하다. 미국과 한국 사회가 제도적으로 다른데 기업경영패턴이 같아야 한다는 주장은 실사구시적이지 못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재벌의 행태는 한국적 문화와 경제 제도적 환경, 그리고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은 독특한 정부규제 등등의 산물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학계와 경영학계도 그 동안 남들과 다른 한국기업경영의 역동성을 가져온 경영유전인자를 밝혀내고 경영이론화하는 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한국형 경영모델을 제시하는데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반대기업적 이념과 정치적 포퓰리즘 속에서 만들어지는 정치적 규제들을 방치하고 기업들도 학계도 어영부영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하여 지금까지와 같은 국민대중과의 불통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반대기업 정서를 해소하기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와 같은 유사(類似)사회주의 이념이 경제전반에 강하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대기업이 설자리가 더 넓어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터전을 지킬 의사도 의욕도 없다면 다른 누구도 그걸 대신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자본주의 기업경제의 앞날을 밝게만 볼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기업 자신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쟁취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재벌 폄하는 계속될 것이고 한국경제의 성장둔화와 양극화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③ 중소기업들의 대기업으로의 성장신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부문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은 내가 어렵기 때문에, 작기 때문에 도와 달라는 주장을 넘어, 내가 다른 기업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왜 남과 꼭 같은 지원만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으로서 소규모 업종에서 해야 할 기능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공과 성장을 통해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기도 한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한다고 쥐꼬리만큼 획일적으로 지원하고 마는 정부정책은 성장하는 기업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은행은 항상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내어 더 많이 지원해야하는 것이고 자본시장 또한 그러하다. 정부가 금융제도를 그러한 방향으로 유도하여 성과 좋은 중소기업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 중견기업들의 성공신화가 만들어져야 유능한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찾고, 정부가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좋은 인재들이 중기부문에 몰려들게 된다. 지금처럼 한번 중소기업은 영원한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비전있는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찾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부문에 계속적으로 성공신화가 만들어져야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

중소기업의 성공신화가 없는 것이 대기업 때문이기 때문에 대기업 규제가 먼저라는 생각은 잘못된 경제학의 생각이다. 우선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동종부문에 진입하여 대기업을 이기겠다는 생각은 용감한 생각이지만 특별한 성공노하우가 없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기업 때문에 성공이 어렵다는 생각은 말은 되지만 그 원인은 잘못 집은 것이다. 어려움의 원인은 바로 전략선택의 잘못에 있기 때문인 것이다. 어느 경우도 중소기업이라 예쁘다고 같이 시장을 공유하자는 대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니치마켓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유리하다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중소기업의 성장은 바로 자신의 성과와 직결될 것이고 바로 좋은 성과에 따라 더 많은 금융지원이 있어야 하고, 정부지원의 경우도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이 있어야 중소기업들을 동기부여하여 성장의 길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동종업종의 부실 중소기업들에 대한 M&A가 용이할수록 성장에는 그만큼 유리해 질 것이다.

따라서 성장지향 중소기업에게는 금융권이나 정부의 좋은 성과를 우대하는 차별적 금융지원 및 경영 인프라 구축이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내 성과에 상응하는 좋은 지원을 요구해야 하며, 정부도 정치적으로 균등 지원하는 제도를 벗어나 성과 있는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수월성 위주의 지원제도로 중소기업지원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여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들이 성장의 유인이 충만해질 때 국민경제의 성장신화가 다시 살아나고 일자리창출이 원활해지면서 점차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많은 고질적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 잊혀 진 기업경제성공 역사를 재현할 수 있어야 경제 강국 될 수 있다

1) “기업 경제학”의 핵심 원리

필자는 자본주의 경제를 시장경제가 아니라 ‘기업경제’라 주장한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시작된 전통경제학은 기업이 없는 농경사회경제학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은“기업경제학”이라야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제학은 시장과 기업과 정부가 같이 경제발전의 핵심주체로서“성부, 성자, 성신”과 같이 삼위일체가 되어 경제적으로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 경제적 수월성을 추구해야 자본주의 경제의 진수인“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실현하여 동반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의 성장과 발전과정은 열린 상호작용(open interaction) 속에서 나오는 시너지(synergy)의 창출을 통한 창발현상(emergence)이다. 경제의 발전은 바로 흥하는 이웃끼리의 만남을 통한 시너지의 창출과정이다. 이러한 경제의 창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삶의 현장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신상필벌의 원리에 따라,“시장, 기업, 정부 모두가 스스로 돕는 자를 우대하고, 나쁜 성과보다 좋은 성과를 우대함으로써, 보다 많은 흥하는 이웃들을 양산해 내야 모두가 다 동반성장, 발전하게 된다.”이것이 바로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자본주의경제의 핵심 동반성장 명제이다. 여기서 기업은 신상필벌의 원리에 따라 나쁜 성과보다 좋은 성과를 우대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모든 구성원들을 흥하는 이웃으로 키워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성장, 나아가 시장의 확대와 경제의 성장, 발전을 견인하는 장치이다.

2) 새로운 길, 모든 기업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기업경제학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정책 명제들을 시사한다.

① 자본과 노동은 결코 계급투쟁의 적대 대상이 아니다. 둘은 기업성공의 핵심 시너지 창출 주체들이다. 따라서 칼 마르크스의 계급투쟁이론에 기초한 둘 간의 적대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기존의 모든 노사관계법 패러다임을 협력과 시너지 창출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새로운 법체계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 노사상생의 기업조직을 살려내어야 기업이 본연의 자본주의 동반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노동은 분리하려 해도 분리할 수 없는 하나임을 인식해야 자본주의 경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② 기업에 대한 각종의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기업 활동의 자유와 성장의 인센티브를 극대화하고,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가볍게 해야 자본주의 기업경제의 강점인 일자리창출을 통한 동반성장의 이점을 최대한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정부가 복지를 전담해야 한다는 이념을 버리고, 경제의 역량을 기업에 집중시켜 일자리창출, 중산층 형성의 복지기능을 강화하는 것만이 건전한 자본주의 기업경제발전과 지속가능한 복지를 담보하게 될 것이다. 부가가치창출의 주체인 기업이 복지의 중심이며, 정부는 보조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3)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영국 추월과 한강의 기적은 기업경제성공역사다

19세기 후반부터 미국경제의 영국 추월이 시작되었다. 20세기이후 미국경제의 세계주도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자본주의 주식회사 기업제도는 19세기 초 영국의 발명품이다. 영국은 주식회사제도를 바탕으로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섬나라 영국은 문화적으로 대기업보다도 개인·가족기업이나 소규모기업을 선호했을 뿐만 아니라-물론 아담 스미스마저도 대기업보다 소규모 개인기업의 우수성을 강조했듯이-영국의 우수인재들은 지식인의 삶은 대기업의 종사자가 되어 기업경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관직 등 공적·학문적 분야 등에서 “고상한 일‘에 종사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마저도 마치 동양의 사농공상의 이념처럼 ”귀족이념“이 상대적으로 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영국을 복제한 미국은 광활한 신대륙에서 새로운 개척정신을 창출해내었다. 창의적인 노력으로 기업을 일으키는 기업가로서 혹은 대기업의 일원으로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개인적으로도 부를 쌓아 인생의 풍족함을 누리는 것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여기는 지식인 문화를 창출하였다.

주식회사제도는 발명한 영국이 아니라 복제한 미국에서 더 꽃을 피웠으며 세계 최강의 대기업들을 창출한 미국경제가 결국 영국경제를 추월하게 된 것이다. 지난 100여 년 간 미국은 세계 최다수의 강력한 대기업들을 앞장세워 오늘날 까지도 세계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의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알프레드 챈들러(Alfred Chandler)의 지적처럼 ”기업이라는 보이는 손“이 미국경제를 일으키고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은 과거 영국은 물론, 독일 등 서구나 일본의 선진화나 중국의 지난 30년의 눈부신 도약 또한 기업경제성공의 역사이며 오늘날 눈에 띄는 역동적 성장의 개발도상국들 또한 이에 예외가 아니다.

우리 또한 선진 주식회사 기업제도를 복제하여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지금 또한 힘들게나마 몇 안 되는 대기업들이지만 이들이 이끄는 힘으로 세계 10위권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기업들을 뛰게 하지 않고는 모두가 염원하는 동반성장의 선진국 도약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연된 유사 사회주의 이념 속에 이미 잊혀 진 우리의 한강의 기적의 기업경제 성공역사를 재현해 낼 수 있다면 당당히 일류경제로 도약함은 물론 그 위상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출처: 제도와 경제, 9권 제1호, 통권 제19호)

참고문헌

좌승희(1998), 진화론적 재벌론, 서울: 비봉출판사.
(2012), 경제발전의 철학적 기초, 서울대 출판문화원.
Jwa, Sung-Hee(2002), The Evolution of Large Corporations in Korea: A New Institutional Economics Perspective of the Chaebol, Edward Elgar Publishing Ltd., London.
(2015), “A General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 With a Closer Look at the East Asian Experience”, Working 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