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에 왕양 등 견제세력 퇴출·충성파 유임, ‘1인 지배체제’ 공고화
당대회 개막식서 대만 무력통일 언급, 종신집권 위한 명분 삼을 수 있어
시진핑 권위 상징 ‘두개의 확립’ 전원 찬성…당헌에 ‘시진핑 사상’ 명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22일 막을 내렸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대회 폐막 행사에서 발표된 새로운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그나마 견제세력이던 지도부가 모든 빠진 반면 시진핑 주석은 물론 ‘시진핑 충성파’ 다수가 유임되면서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전망이다.

당대회 관례상 전임 후진타오나 장쩌민 전 주석의 경우 후임 최고지도자가 등극하는 당대회에선 차기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전례를 비춰볼 때 시 주석은 최고지도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시 주석 권위를 상징하는 ‘두개의 확립’을 한층 더 공고히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공산당 당헌 및 당장 개정안 표결이 진행된 결과 현장에 참석한 2300여명의 대표의 단 한표의 반대와 기권없이 전원 찬성으로 채택됐다. 

마오쩌둥 사후 15년 이상 집권하는 첫 번째 지도자가 탄생한 것으로 시 주석이 ‘제2의 마오쩌둥’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미국을 추월하고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란 전문가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은 5년 전 중국이 사회주의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자신의 목표를 ‘현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고 밝혔다.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과 이성현 조지 부시 미·중관계재단 선임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기고문을 통해 “시 주석은 자신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차이나 드림’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21세기 마오쩌둥’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는 미국과 갈등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오쩌둥을 제외한 전임자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여러차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따라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들은 시 주석이 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 통일’과 이를 위한 무력침공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를 장기집권 명분으로 삼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스티브 창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원(SOAS)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독재자와 같은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이젠 그 누구도 시 주석을 말리려고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시 주석의 ‘최고의 적’은 바로 시진핑 자신이다. 중국의 미래는 시 주석의 모든 결정에 달려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21세기 중국센터 수잔 셔크 석좌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유능한 인물이 아닌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을 곁에 두는 경향이 있기에 측근들은 시 주석의 어떠한 정책에도 지지하고 충성한다. 제로 코로나를 밀어부칠 때도 그랬다”면서 “중국경제의 위기는 시 주석이 자초한 것이다. 이제 중국 공산당의 주요 관심은 발전이 아니라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영수’(領袖·Great Leader)라는 칭호를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수’는 마오쩌둥이 1945년 공식적으로 받은 칭호로 시 주석이 이 칭호를 얻을 경우 ‘위대한 중국의 지도자’로 불리는 마오쩌둥 이후 두 번째가 된다.

이번에 시 주석의 집권 2기에 총리를 맡았던 ‘후진타오 계’인 리커창과 함께 역시 같은 계파로서 차기 총리로 거론됐던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도 신임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이변으로 꼽힌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당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의 명단을 보면, 시 주석의 집권 2기 최고지도부를 구성했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4명의 이름이 빠졌다. ‘후진타오 계’인 리커창 총리는 물론 서열 4위이자 역시 후진타오계로서 신임 총리로 거론되던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장쩌민 계’의 한정 상무부총리가 퇴출됐다. 

반면, 현 지도부 중에서 시 주석을 비롯해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3명은 차기 중앙위원 명단에 남았다. 아울러 시 주석 계로 분류되는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리시 광둥성 당 서기,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 등은 차기 중앙위원에 포함됐다.

시 주석의 집권 3기 최고지도부는 23일 오전 열리는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25명 선출 및 이 가운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선출하면서 확정된다. 

아울러 이날 중국 공산당 당헌에는 이미 명기된 ‘마오쩌둥 사상’에 이어 ‘시진핑 사상’이 새롭게 들어가면서 시 주석이 마오쩌둥 반열의 지도자로 거듭난 사실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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