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민주당, 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불참...헌정사상 최초
윤 대통령, 야당 없이 예산안 시정연설..."국회협력 절실" 호소
국힘 "협치 노력" vs 민주 "염치 없는 대통령"...엇갈린 평가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이재명 당대표를 향해 조여 오는 검찰 수사에 강력 반발하면서 의원 전원이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이 열리는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25일,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 왼쪽 텅 비어있는 민주당 의석과 빼곡이 차 있는 국민의힘 쪽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거듭 당부했다. "국회의 협조를 부탁 드리고자 5개월여 만에 이 자리에 섰다"는 발언으로 시작된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 6번, '협조' 1번, '협력' 2번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안은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지도이고 국정 운영의 설계도"라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우리 정부가 글로벌 복합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민생 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라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이어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추경도 국회의 초당적 협력으로 무사히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서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 주시고, 미래 성장을 뒷받침해 주시길 기대한다"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기립박수로 윤 대통령을 맞이했던 국민의힘은 "국회를 존중함은 물론, 국민과 국회에 직접 예산안을 설명하며 협치를 위한 노력과 의지를 분명히 했다"라고 호평한 반면, 민주당은 "야당 탄압후 국회협력이라니 참 염치없는 대통령"이라고 혹평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은 시정연설에 불참했다./사진=대통령실

먼저,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 후 논평을 통해 "어려운 국회 상황에도 협치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과 의지는 분명했다"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존중함은 물론 국민과 국회에 직접 설명하며 협치를 위한 노력과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대변인은 또,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은 우리를 둘러싼 어려운 대내외 여건과 글로벌 복합위기에 맞선 대응 방향과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총체적 방안을 담았다"라며 ▲건전재정을 위한 예산 축소 편성 ▲약자 복지 예산 ▲소상공인 지원 등 새 정부의 예산 수립 방향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지도이고 국정 설계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너무 부족하고 무성의 한 연설" "염치없는 대통령"이라고 깎아내렸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에 침묵한 채 '혼자만의 시정연설'을 이어갔다"라며 "한 손으로는 초유의 정치 탄압으로 야당 말살에 몰두하고, 다른 손으로는 국회의 협력을 이야기하다니 참 염치없는 대통령"이라고 날을 세웠다.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윤 대통령을 환호했다./사진=대통령실


이어 그는 "내년도 예산안 방향에도 동의할 수 없다"라며 "부자 감세와 민생·복지 예산 삭감으로 국민의 삶을 절벽으로 몰고 있으면서 민생 경제를 챙겼다며 '자화자찬'하기 바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무책임한 국정 운영에 들러리로 사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라며 "민주주의와 민생을 수호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환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사적 기후위기와 불평등, 국내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그리고 안보위기라고 하는 굉장히 위급한 상황에서 내년도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가 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목표, 이런 걸 가지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무성의하지 않았나 싶어 너무나 안타까웠다"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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